심우영 | 경희의료원 교수·피부과

찬 바람이 불며 많은 신체적 변화들이 일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계절이 바뀌며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지지 않는가」 고민하는 시기가 되었다. 그러나 탈모가 계절에 따라 심해진다는 정확한 연구는 아직 찾아볼 수 없으며, 사람들의 느낌이 아닐까 생각된다.

계절에 따른 모발의 변화에 대한 조사는 수 년 전 영국에서 시행된 수염과 다리의 털의 성장 속도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수염 및 다리의 털은 여름철에 성장 속도가 빠르며, 겨울이 되며 성장이 둔화된다.

흔히, 대머리라고 하는 남성 탈모증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모발이 빠지면 그 자리에서 먼저 자라나던  모발보다 가늘어진 모발이 다시 자라나고, 다시 그 모발이 빠지면 더 가늘어진 모발이 자라나는 것을 반복하며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따라서 가을철이 되었다고 갑자기 탈모가 심해지는 등의 현상은 관찰하기 힘들다.

남성 탈모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남성 호르몬

남성 호르몬이 남성 탈모증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남성 호르몬이 과다하게 생산되어 남성 탈모증이 발생하고 따라서 남성 탈모증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 몸에 털도 많고, 힘이 세고 더욱 남자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사에 의하면 남성 탈모증이 있는 사람이 더욱 남성답다는 말은 일반인들의 느낌이며, 실제로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 전혀 차이가 없다.

남성 탈모증이 발생하는 사람은 탈모 부위의 모발이 남성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성장이 억제된다. 이 사람들에서 호르몬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지 않고 모발이 남성 호르몬에 의해 성장이 억제되는 성질이 유전에 의해 부모에게서 자녀로 전해진다.

유전과 관련해  많은 탈모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 중 하나는 「자신의 아버지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든 후에 탈모가 시작되고, 심하지 않은데 왜 자신은 이른 나이에 심하게 발생하는가」에 대해 의문이다. 대개 유전질환이 비슷하지만 탈모가 되는 성질을 유전적으로 이어 받은 경우 환경적인 요인이 관련될 수 있다. 아직 정확한 연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식생활이라든가, 생활습관 등이 영향을 주어 아버지와는 다르게 탈모가 일찍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탈모를 예방하는 방법은 탈모가 심하게 진행되기 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 외에 머리를 감는 습관, 음식물, 건강 보조식품, 빗질 등의 여러가지 검증되지 않은 방법들이 있으나 이에 헛된 시간과 경제적인 투자를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탈모가 심하게 진행되기 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

탈모의 치료 방법에는 바르는 약제와 복용약제가 있다. 바르는 약제로는 미녹시딜이라는 제품이 있는데, 미녹시딜은 강력한 혈관 확장 작용이 있어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경구 투여 받은 환자의 약 70%가 안면, 팔, 다리 등에 다모증이 발생하여 이를 탈모증 치료를 위한 국소 도포제로 개발했다. 이 약제의 효과는 수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검증되어 있으며, 현재 시판되고 있는 국소 도포제 중 유일하게 발모제로 FDA 공인을 받은 약제이다. 발모를 일으키는 정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으나 성장기의 기간을 연장시키고, 모발의 굵기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복용 약제로는 피나스테라이드 제제로 된 프로페시아가 있는데, 이는 남성 호르몬 중 탈모를 유발하는 강력한 형태로 이행하는 단계를 차단하는 약제이다. 약을 복용하면 약 3~4개월부터 모발이 굵어지며 탈모가 치료되는 것을 관찰 할 수 있다.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므로 복용하는 남자에서 성기능의 장애, 성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한 염려가 많으나 많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임신, 성 생활에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한 탈모증 아버지를 둔 자녀들이 탈모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며 나도 저렇게 되기 전 치료해야 겠다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물론 초기에 치료해야 하나 치료 시기는 의사가 가장 적절한 시기를 선택, 치료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으므로 너무 조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만약, 탈모가 있다고 생각이 되면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고 적절한 시기를 선택해 치료를 시작하는 방법이 옳은 방법이며, 검증되지 않은 음식물, 생활 습관 등으로 시간을 소비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