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수 |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정신과

사람은 누구나 우울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의 경우 가까운 친족, 친구의 죽음이나 은퇴, 신체 증상의 노화와 같은 상실을 다른 연령층에 비해서 많이 경험하게 된다. 더욱이 노년기 우울증은 신체적 증상 및 인지 장애에 의해 가려져 모르고 지나가기 쉬워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예가 많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우울증으로 인해 절망에 사로잡혀 지내거나 퇴행되거나, 영양실조, 신체질환, 망상, 환각, 자살 등 심각한 문제점을 유발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의 원인 중 유전소인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노년기 우울증의 경우 다른 연령층에 비해 유전적 소인이 작용하는 정도가 적고, 오히려 개개인의 취약성과 일생 동안의 크고 작은 경험이 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 외에 스트레스나 생리변화 등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우울증이 시작되거나 악화된다. 생물학적 원인으로서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감소, 모노아민 산화효소의 증가 등을 들 수 있으며, 코티졸 등 신경내분비계의 이상도 원인적 요소로 작용한다.

노년기 우울증, 병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 많다

노년기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을 내과적 질환에 의한 것으로 여기기 쉽다. 가족들도 병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환자가 의도적으로 증상을 보인다」고 까지 여기게 된다. 또한, 환자 스스로 우울증상을 직접 호소하는 예가 드물다. 하지만 면담 중에 질문을 하면 흥미가 없고, 자신의 기분이 옛날같지 않다는 말을 한다. 불안, 기억력 손상, 신체증상, 초조감, 체중감소, 변비, 건강염려증적 증상, 히스테리성 행동, 망상 등이 많은 것이 노인 우울증 환자의 주된 특징이다. 60세 이상에서 우울증이 처음 나타나는 경우는 흔히 망상이 동반되는데, 여자의 60%, 남자의 50%에서 나타나며 신체망상, 피해망상, 죄책망상 등이 흔하다.

노인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있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평가하여 확실한 진단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치료에는 정신치료와 약물치료 등이 사용될 수 있다. 정신치료는 인지기능 손상이 없거나, 지적 능력이 높은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다. 또한, 약물치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되어 반응을 증진시키고 재발을 감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우울증은 회복 후에도 자주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의 관리가 중요하다. 장기간 동안 추적치료를 받으며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

알코올과 흡연은 우울증의 적, 가족의 배려가 필수

우울증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데, 우울증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운동하는 습관을 갖는다. 둘째, 좋은 수면습관을 갖는다. 셋째, 규칙적이고 균형잡힌 식사를 한다. 넷째, 「알코올과 흡연은 우울증의 적이다」는 사실을 알고 실천한다. 특히, 만성적인 음주는 우울증을 유발하며, 항우울제 투여 중인 경우에는 약물의 치료효과를 떨어뜨린다. 다섯째, 명상, 요가, 복식호흡을 한다. 물론 가족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족은 우울증 노인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롭고 무력해 하며 우울감에 젖어 있는 노인이 사회활동을 가지도록 배려해 주는 것도 가족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