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씨는 45세의 대졸학력으로 현재 전업주부지만 몇 년 전 까지도 외국계 은행의 중견간부였다. 남편도 모 그룹 이사로 매우 활동적이고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다. 남편의 외국지점근무에 따라 갔다가 시작된 상습적인 음주가 귀국 후에도 이어져 일상적인 가사활동도 못하게끔 진전되고 남편과의 잦은 불화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병원에서 「알코올 회복교실」프로그램에 참여해 소기의 과정을 마치고 퇴원했다. 알코올중독 환자들을 사회로 복귀시키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알코올이라는 유혹의 지뢰밭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신병을 전장으로 내보내는 훈련소장의 마음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더욱 심해 피폐한 알코올중독의 늪에 다시 빠질 위험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남성에 비해 신체적 합병증 발생률이 훨씬 높아

전통적으로 알코올 중독은 남성만의 병으로 여겨져 왔으나 산업화 과정에서 여성의 지위향상과 전통적인 가부장제 및 남녀유별의 유교적 가치관의 붕괴, 성 역할의 혼란으로 술과 관련된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여성환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여성중독자는 치료의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고 또한 생리적으로 남성에 비해 알코올에 더 취약해 심한 신체적 장애를 일으킨다.

1996년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남성의 음주율은 1992년 83.4%에서 1996년 82.2%로 다소 낮아진 반면, 여성의 음주율은 1992년 32.4%에서 1996년 44.6%로 5년 사이 12.2%의 증가를 보였다.

알코올 중독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데 유전적인 것이야 어쩔 수 없으니 사회적?문화적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내의 갈등, 불화, 상실 및 좌절 등이 여성 알코올 중독의 위험요소이며 이에 파생되는 문제로서 여성중독자의 자녀들, 특히 아들들은 알코올에 대한 기대심리에 의해 모든 문제를 술로 해결하려드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둘째, 사회문화적 환경이 여성음주에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 같이 음주에 대해 관용적인 문화에서는 여성중독자의 발생률이 높으며 여성음주를 금기시하는 사회에서는 여성중독자의 발병률이 낮다.

여성은 생리적으로 남성에 비해 적은 양의 알코올에도 불구하고 간경화, 알코올성 간염 등 신체적 합병증 발생률이 훨씬 높다. 이 외에도 알코올은 칼슘대사 및 뼈의 생성기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골절 및 골다공증의 발생 위험성이 크다.

또한 과도한 음주는 심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심근경색, 고혈압 및 심장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위험성이 크며 심근경색의 위험성이 정상 여성들에 비해 여성알코올중독자에서 8배나 높았다.  

알코올은 여성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혈당을 변화시켜 당뇨병을 악화시키고, 생식기능에 장애를 초래해 배란, 불규칙한 생리주기, 성기능의 장애 및 불임을 유발키도 한다.

여성의 정신건강에도 큰 악영향 미쳐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자살기도율은 높지만 자살수행율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성알코올중독자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보다 확실하고 치명적인 수단을 강구한다.

미국의 연구에 의하면 알코올중독자의 78%에서 우울증이 공존했으며, 우울증 여성의 66%가 이미 알코올중독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주요 우울증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 많고 우울증이 있는 여성이 알코올의 항우울제 역할 때문에 알코올중독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

알코올중독여성의 과거력을 살펴보면 강간 혹은 성적학대를 받은 경우가 허다하다. 어린 시절 성적 혹은 신체적 학대 경험에서 음주문제가 생긴다고도 한다. 음주는 가족 내 폭력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학대받는 여성이 가해자를 미워하면서도 닮아가 그녀 자신이 알코올중독에 이르는 악순환이 거듭되기도 한다.

또한 지속적인 음주는 흡연이나 마약복용과 함께 사산, 저체중아, 미숙아 혹은 선천성 기형아를 낳을 위험이 높아 술을 끊지 않으면 아예 예쁘고 튼튼한 아이를 낳을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알코올에 의한 폐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볼 때 여성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여성음주문화를 바꾸는 예방과 지속적인 계몽교육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최용성 /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진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