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자 중 43.5%가 술을 마신 후 범죄

한 외국기업의 판촉이사가 한국에 부임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다 보니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음주는 필수이고  「원샷」이 강요되는 회식에 꼭 참석하여야 한다』며 주위에서 걱정들을 하더란다. 또한, 한국을 알기 위하여 구입한 서적에도 한국의 음주문화는 「술을 즐긴다」라기 보단 누가 더 빨리 마실 수 있는지가 능력의 척도가 된다는 등 한국의 음주문화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두려움의 대상인 음주의 피해는 과연 어떤 유형들이 있을까?

첫째, 과음은 국민의 신체를 병들게 한다. 종합병원 입원환자의 30%가 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환자라는 것이다.

둘째, 연세대학교 김재엽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가정폭력의 주원인도 음주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조사된바 있다. 또한 5가구 중 1가구는 술 때문에 이혼을 하거나 가정불화가 잦아 가정이 평온치 못하고 파괴된다.

셋째, 의정부 검찰청에서 3년간 수집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경기북부지역 전체 구속자중 43.5%정도가 술을 마신 후 범죄를 저질렀다. 그중 음주운전으로 구속된 사람은 올해만도 10월말현재  569명이나 되며, 살인·강도·강간·폭력 등의 강력 사건은 음주와 관련된 범행이 평균 63%에 달했다.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음주운전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작년 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총 24,994건이었으며, 사망은 1,004명, 부상은 42,165명이었다.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났으며, 사망자숫자 보다 훨씬 많은 운전자들이 구속되었다.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음주운전의 참담한 결과인 것이다.

기분 좋게 「마시자 한잔의 술을」을 외치며 폭탄주 회오리주 용가리주 등을 마신 것까진 좋았는데 그것이 2차 3차로 이어져 과음을 한 후, 음주운전을 하다 뜻하지 않은 사건사고로 사람의 생명을 해치거나 본인의 자체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무책임하게 이 험한 세상에 버려 두고 취중에 염라대왕한테 신고식을 하는 사례를 일선 현장에서 너무나 안타깝게 봐왔다.

독자들의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해 많은 사건 중에서 특히 안타까웠던 사례를 소개한다.

평소 술을 좋아하는 경기 북부지역의 한적한 시골에 사는 안승철(28세)씨는 카센터 일이 끝난 후 술을 마시고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던 중 마을회관 앞 노상에서 같은 방향으로 술에 취해 걸어가고 있던 보행자를 치어 두개골 골절로 현장에서 사망케 하고, 그대로 도주해 산 속에서 3일 동안을 숨어 있다가 자수하려고 내려와 보니 피해자는 바로 자신의 형이었다는 것이다. 마을사람들은 어떤 천벌을 받을 놈이 사람을 치어놓고도 도망을 쳤다고 분노하고 있었고, 가족들은 비명에 간 형님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모든 일가친척들이 허탈하고 우울함에 빠져있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큰아들을 잃은 슬픔도 잠시 또 작은아들을 교도소에 보내야 하는 늙은 부모의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고통이었음은 짐작코도 남음이 있다.

또 한 사례의 김동주(당38세)씨는 가구제조업체의 사장이었다. 만취가 되어 자신의 승용 차량을 운전하던 중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을 하면서 영업용택시를 들이받아 택시운전자에게 4주간의 상해를 입히고 차량수리비로 약 200만 원상당을 파손케 한 후 뺑소니를 쳤다가 검거 되 명예와 재산을 탕진하고 파렴치범으로 낙인 찍혀 버린 것이다.

김동주씨 자신은 사고당시 필름이 끊긴 상태로 사고를 기억하지 못하다가, 검거 된 후 파출소에서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번이 3번째 음주운전 사고였다. 운전자의 부친도 술 때문에 간 경화로 치료를 받다가 돌아가셨으며, 본인도 술 때문에 가정에 문제가 있어 아내의 권유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로 약속을 해놓은 상태에서 또다시 사고를 내고 구속까지 된 것이었다. 그래도 본인 입장에서는 다행이란다.

공교롭게도 김동주씨가 구속되던 날은 모 경찰서 유치장에 자신을 포함해 7명이 있었는데 모두 술 때문에 사고를 내고 들어 온 사람들로서 그 중에서는 자기가 가장 경미한 사고에 해당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들 중 한 명의 젊은 음주운전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운전을 하고 가다가 사고가 나 함께 타고있던 일행 중 친구1명과 여자2명은 현장에서 즉사하고 1명의 친구는 크게 다쳤으나 정작 운전을 한 자신은 필름이 끊겨 나중에서야 사고를 알았다는 사연을 들은 것이다.

김동주씨는 술의 피해가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것은 몰랐다며 자신은 이번 기회에 술을 끊겠다고 각오를 불태우며, 차라리 잘 된 일이라며 미소짓고 있었다. 그에게는 10세 된 아들과 7세 된 딸이 있는데 아들이 2학년 때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족들 별명을 한가지씩 지어오라고 했단다. 근데 아들이 아빠 별명을 술 귀신이라고 적어 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빠를 왜 술 귀신이라고 썼냐고 물었더니 그럼 술고래라고 쓸걸 잘못했나? 라고 하더니 3학년 때 또다시 별명을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니까 이번에는 가장 미련하고 포악한 공용인 티라노 사우루스 라고 적더란다. 이번에는 왜 그렇게 적었느냐고  물었더니 아빠는 술 마시고 들어오면 포악해지고 소리를 지르는 등 자신을 불안하고 공포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더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아들 눈에 그렇게 보였나 봐요」 라며 이번엔 굳게 마음먹고 술을 끊어 보겠다고 했다.

음주운전자 뿐 아니라 술집주인도 공동책임을 지워야

음주로 인한 사회문제가 음주운전만은 아니다. 사회전체에서 술에 의한 피해는 심각한 실정이다. 이러한 술로 인한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우선적으로는 국가에서 알코올 문제를 종합 연구하는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류판매소매점 허가제가 입법되어야 할 것이며, 음주운전을 하고 가다가 사고를 내면 운전자만 처벌 할 것이 아니고 손님이 술에 만취상태가 되도록 매상만 올린 술집주인에게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배상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무책임한 매상올리기를 중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걱정이 되는 사회적 문제는 여성음주운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과, 청소년들의 음주가 매년 증가하면서 오토바이나 차량의 음주운전사망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 스스로가 절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우리모두 건전 음주를 생활화해 사회도 지키고 가정도 지키기를 갈망해 본다.   

박영일 / 전 의정부경찰서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