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술을 마시면 술의 알코올 성분, 즉 에탄올은 주로 위장과 소장으로부터 흡수되어 간으로 옮겨져 대사 되지만, 일부는 흡수되기 전에 이미 위장에서 분해될 수 있다. 과량의 술을 마시는 경우 위장 내의 알코올 농도가 소장 내 알코올 농도의 2～4배까지 이르게되어 위장 내벽에 직접적인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알코올의 분해는 여러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우선 위장 점막과 간에 있는 알코올 탈수소효소에 의해 그 첫 단계가 진행되어 에탄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산화되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다른 효소인 알데히드 탈수소효소에 의해 초산으로 산화되는 것이다. 이때 각 단계에서 에너지가 생성되고 또 초산도 에너지 생성에 쓰이므로 알코올은 1g당 7.1㎉라는 높은 에너지를 낼 수 있으며, 지방의 산화를 저해하고 간에 지방 축적을 초래하게 된다.

알데히드 분해효소에 이상있는 사람은 과음 시 사망키도

위장과 간장의 알코올 탈수소효소는 그 기능은 같으나 화학적으로는 구별되는 이소엔자임(동종 효소의 다른 형태)들로서, 간장에만도 17종의 이소엔자임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이소엔자임들은 이들이 주로 산화시키는 알코올의 종류와 친화성이 다르므로 우리 몸에서는 광범위한 농도의 여러가지 알코올이 대사될 수 있다.

알코올의 대부분이 세포질에 존재하는 알코올 탈수소효소 이소엔자임들에 의해 산화되지만 그 일부는 소포체라 불리는 간세포 내 소기관의 복합체에 의해서도 산화될 수 있다. 미크로솜 에탄올산화계라 불리는 이 복합체는 시토크롬 P450ⅡE1을 포함하고 있다.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는 이 시토크롬 P450ⅡE1 이소엔자임의 양을 증가시켜 알코올 산화에 대한 이 효소의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 즉 주량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크로솜은 각종 약물을 포함하여 우리 몸에 들어온 이물질들의 대사를 담당하므로, 지나친 약물의 복용이나 과음은 모두 이 미크로솜의 활성을 증가시켜 서로의 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만성 과음자에서는 알코올 탈수소효소보다 이 MEOS에 의해 더 많은 양의 알코올 대사가 이루어지며 약물대사 또한 촉진되어 복용한 약물의 효과가 저하되거나 또는 예상하지 못한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카탈라아제도 알코올을 산화할 수 있으나 이는 주로 고농도의 알코올이 존재할 때만 작용하는 듯하며 알코올 제거에 대한 역할이 확실치 않다.

알코올 산화의 1차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산화시켜 초산을 만드는 알데히드 탈수소 효소는 여러 조직에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아세트알데히드 산화는 그 효소의 합성장소인 간에서 이루어진다. 알코올 대사에서 이 두 번째 산화과정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동양인의 50% 정도(한국인의 경우 15～16% 정도)에서 미토콘드리아 알데히드 탈수소 효소의 변이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는 사람」의 경우로서 실제로는 「알데히드 분해효소」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이 변이체는 효소의 구성 아미노산 1개가 대체된 것으로서 효소활성이 격감되어 알데히드를 제대로 분해할 수 없으므로 음주자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변이체를 가진 사람이 술을 마시게 되면 음주 후 알코올의 1차 산화에 의해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가 축적되어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활성형 효소를 가진 사람에 비해 20배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 알데히드는 독성과 반응성이 강한 화합물로서 우리 몸에서 여러가지 반응을 일으켜 안면홍조, 심계항진, 현기증, 오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이 소위 『알코올 - 홍조』 반응으로써 과량의 음주를 방지하는 결과가 된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음주로부터 안면 홍조가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에 상당한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알코올 탈수소효소와 알데히드 탈수소효소의 이소엔자임들의 유전적인 차이에 기인한다. 따라서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자꾸 마시면 주량이 는다」고 하면서 강제로 마시게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독성이 강한 알데히드가 과량 축적되면 단순한 홍조가 아니라 신입생 환영식에서 사발술을 억지로 들이킨 대학생의 사망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령, 성별, 약물섭취 여부 등이 알코올 대사에 영향 미쳐

동물실험에 의하면, 간의 알코올 탈수소효소의 활성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되므로 전반적인 알코올 대사능력이 노화에 의해 감소된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는 나이에 따른 간의 알코올 탈수소 효소 활성의 변화는 없다. 단 노화에 따른 체형, 체조성 및 체격의 변화로 알코올의 분포용적이 감소되므로 같은 양의 음주 후에도 혈액의 알코올 농도는 젊었을 때보다 높아지게 되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위장의 알코올 탈수소효소의 경우에는 나이에 따른 변화가 있으며, 그 활성의 감소가 남자에서만 나타난다. 젊은 연령층에서는 알코올의 1차 통과 대사량(음주 후 위장으로부터 소장을 거쳐 간에 이르기까지 이루어지는 알코올 대사량 : FPM)이 남자에서 여자보다 높지만, 50세 이후에는 여자의 FPM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즉, 같은 양의 알코올 섭취 후에 나타나는 최대 혈중 알코올농도(BAC)가 50세 이전에는 여자에게서 높지만 50세 이후에는 남자에게서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높은 혈중 알코올농도는 알코올의 전체적인 효과가 큰 것을 나타내며 따라서 알코올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일차통과대사: 정맥주사와 음주 후 경과시간에 따른 혈중 알코올농도(%) 비교

(자료: Alcohol Health & Research World 23, No.1, 1999)

일반적으로「여자는 술에 약하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이다. 일단 여자는 남자에 비해 체구가 작으며,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남자에 비해 훨씬 높다. 이는 곧 수분의 비율이 낮음을 의미하며, 음주 후 알코올의 분포용적이 작다는 뜻이 된다. 여기에 일차적인 보호장벽의 역할을 하는 위장에서의 알코올 대사도 그 양이 남자보다 낮으므로, 같은 양의 음주 후에 보다 많은 양의 알코올이 분해되지 않은 채로 위장과 소장으로부터 흡수되어 간으로 이동되며, 보다 높은 알코올 농도의 혈액이 뇌에 이르게 되므로 더 큰 음주 효과가 나타난다.

이 위장 내 알코올 탈수소효소는 노년층에서 많이 나타나는 류마티즘의 증상 완화제로 쓰이는 아스피린 같은 약물에 의해서도 저해를 받아, 아스피린 복용 후에 알코올을 섭취하면 혈 중 알코올 농도가 복용 전에 비해 40% 이상 증가된다. 즉, 알코올의 전반적인 효과가 강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장 내 알코올 탈수소효소 활성에 대한 저해효과는 중년 이후의 남성에서 많이 나타나는 위염 또는 위궤양의 치료제로 쓰이는 시메티딘이나 라니티딘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또, 이러한 알코올의 1차 통과 대사량은 만성 알코올 섭취에 의해 크게 감소되며, 단식이나 위장 절제수술에 의해서도 사라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빈 속에 술을 마시면 술이 위장에 머물지 않고 그대로 소장으로 내려가므로 위장에서 알코올의 일부가 분해될 기회를 잃게 된다. 따라서 공복 상태에서의 음주는 식후의 음주보다 위험할 수 있다.

그림. 음주량과 음주 후 경과 시간에 따른 남녀성인의 혈중 알코올 농도(%) 비교

(자료: Alcohol Health & Research World 23, No.1, 1999)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술 한잔이란 맥주 1캔과 포도주 1잔(150㎖), 그리고 위스키 1잔(45㎖)으로서 각기 12～14g 정도의 알코올을 포함한다. 단 우리의 소주는 소주잔으로 1.5잔 정도가 이에 해당된다. 그림에서 보듯이 같은 양의 음주 후에 같은 시간이 경과해도 여자와 남자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다르며, 또 음주 후 시간이 경과되면서 나타나는 혈중 알코올농도의 감소 속도도 다르다. 결국 최근까지의 알코올 연구결과에 근거할 때, 어떠한 형태로든 하루 2잔 이상의 음주는 누구에게나 충분히 해로울 수 있으며, 남자 노인과 여자의 경우에는 그 양을 더 각별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김초일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영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