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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OOO 음주운전 물의」, 「톱 탤런트 OOO 음주운전 입건」, 「인기 영화배우 OOO 음주적발 면허 취소」

일간지 사회면 한 귀퉁이를 심심찮게, 스포츠 연예지에 큼지막하게 오르 내리는 단골 기사들의 제목이다. 하도 많다 보니 이제 텔레비전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연예가 소식 프로그램에는 웬만한 음주운전 사건은 다루지도 않는다.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소식을 접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걔네들이 그렇지 뭐」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꽤 있다. 하지만 이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인기 연예인들은 노래 잘하는 가수, 연기 잘하는 배우, 말 잘하는 방송진행자 그 이상의 뭔가를 많은 사람들에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불감증은 대중의 음주운전 불감증으로

최근 방송인이나 연예인은 청소년들의 최고 선망의 대상이다. 그들의 몸짓과 목소리를 즐겨 흉내 내고 그들이 입거나 쓰는 옷이나 모자, 달고 다니는 액세서리를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해 걸치고 다닌다. 그들이 나오는 영화나 방송, 음반은 빠뜨리지 않고 보거나 구입해 듣는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관심이 자신들의 부모에 대한 관심보다 몇 배 더 높다. 그들과 똑같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거나,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다 물의를 빚어도 그를 비난하는 대신 그를 동정하고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이나 비판 보도하는 언론인을 향해 험한 말을 마구 쏟아낸다.

대중은 이들의 잇단 음주운전 적발을 두고 「연예인들은 술을 즐겨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술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게 된다.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불감증」은 「대중의 음주 불감증」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특히, 음주운전에 적발됐을 때에는 거센 비난이 일다가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슬며시 방송에 복귀하는 이가 대다수여서 일반인들도 음주운전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만들고 있다.

왜 연예인들은 음주운전을 하는가

연예인들은 대부분 사생활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얼굴이 널리 알려진 이들이 많은 대중 앞에서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하기 싫어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서 술집에서 과도하게 아는 체를 해 오는 사람들과 종종 싸움을 벌이는 등 마찰을 빚기도 한다.

술을 마신 뒤 택시를 타거나, 대리운전을 하면 될 텐데 굳이 심지어는 만취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것일까. 사생활 노출 우려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어디서 술을 마셨고, 어디서 산다는 사실이 대리운전자 또는 택시운전기사 단 한명에게만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술 약속이 있으면 처음부터 방송국이나 집에 차를 놓고 오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집 부근까지 대리운전을 해온 뒤 다시 자신이 차를 몰다가 적발됐다고 변명하는 이들도 있다. 돈을 주고 대리운전자를 불렀으면 집 앞까지 오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혹시 집 부근에서 술을 한 잔 더 하고 싶어 그렇게 했다면 그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집에다 차를 대놓고 5~10분 걸어서 술집으로 가면 되지 않는가. 조금이라도 걷는 것이 귀찮아서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닌지.

사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음주단속에 걸린 뒤 말하는 변명은 그야말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인들도 음주단속에 걸리면 온갖 변명을 늘어놓고 「한 번만 봐 달라」고 하거나 「내가 OOO이다, 내가 OOO와 잘 아는 사이다」라며 큰 소리를 치다가 나중에 이것이 통하지 않으면 태도가 돌변해 애걸복걸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일반인들의 이런 행태나 연예인들의 변명은 「도토리 키 재기 식」의 일그러진 우리 음주문화 풍속도이다. 대개 술을 잔뜩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과거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는데도 아무런 사고가 나지 않았거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지 않았다면 또 그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인으로 있던 80년대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선배 한 분이 술에 취해 필자가 그의 자동차 열쇠를 빼앗은 뒤 콜택시를 태워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출근하니 그 선배가 간밤에 500m쯤 가다가 차를 돌려 회사로 와 여분의 비상 자동차열쇠로 20여 km를 운전해 집으로 갔다는 것이다. 당시 언론인들의 음주문화는 그랬다. 필자가 20여 년 동안 근무했던 2개 신문사에서만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기자가 한 둘이 아니다. 지금은 언론인들의 음주운전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80년대와 90년대 초반만 해도 일그러진 음주문화가 오랫동안 언론계에 판을 치게 된 것이다.

연예계의 음주운전 문화가 뿌리 뽑히지 않는 것도 적발된 연예인들이 특히, 인기 연예인일 경우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방송과 영화, 쇼 무대에 얼굴을 들이 밀고서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인기를 누리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일그러진 음주운전에는 음주운전 연예인들에게 너무나도 너그러운 연예기획사, 방송 제작자, 영화 제작자, 방송 경영진 등이 공범 노릇을 하고 있다. 더 뿌리 깊게는 음주에 대해 여전히 관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화가 똬리를 틀고 있다.

안종주 |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