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해돋이하면 동해바다, 해넘이하면 서해바다를 떠 올린다. 그러나 서해안에도 바다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 장면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있다. 특이한 지형구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지만 해넘이와 해돋이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녀 매년 연말연시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서해안으로 몰려든다.

쉼 없이 내달려 온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계획하는 12월, 서해안의 해넘이, 해돋이 명소를 찾아보자.

우리나라 3대 낙조 중 하나, 석모도

석모도는 우리나라 3대 낙조 중 한 곳. 변산반도, 안면도, 석모도를 3대 낙조로 일컫는다. 이들 바다의 특징은 썰물 때 드러나는 광활한 갯벌, 해안가 침엽수림, 둥그렇게 모여 앉은 어촌 풍경 그리고 탁 트인 수평선의 황금노을이다.

석모도는 강화도 외포리 항에서 배를 타고 10여분 정도 들어간다. 섬 안에는 아름다운 카페, 횟집, 어민들의 터전인 갯마을의 풍경이 잘 어우러져 있다. 해안선 길이가 41.8km로 섬 주위로 둥근 해안도로가 이어져 있어 섬을 일주하면서 그 아래로 펼쳐지는 해변과 은빛 바다를 노을이 채석하는 장면은 가히 환상적이다.

석모도에는 유명한 천년고찰 보문사가 있다. 산사의 종소리와 함께 마주하는 일렁이는 파도소리는 오묘하고 절묘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분위기에 심취한 여행객들은 매년 이곳에서 일몰을 감상하며 한 해의 소망을 기원하곤 한다.

해넘이와 해돋이를 한 곳에서, 당진 왜목마을

당진 왜목마을.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 갈대밭 인근의 작고 소박한 어촌마을이다. 몇 년 전 부터 「해뜨고 지는 마을」로 알려져, 매년 연말연시를 전후 해 이 곳에 새해 소원을 기원하기 위해 찾는 방문객만 2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왜목마을의 이러한 현상은 포구의 독특한 지형구조 때문. 해안이 동쪽을 향해 튀어 나왔으며 바다 너머로 경기도 화성군까지는 육지가 멀고 수평선이 동해안과 같은 방향이어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오전 7시 40여분쯤이면 왜목마을 앞 백사장은 포구의 낚싯배와 어우러진 주홍빛 태양이 황홀한 자태로 떠 오른다. 동해 일출이 장엄하다면 이곳의 일출은 어촌마을의 포구 정경과 어우러져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인 것이 특징.

일몰은 용광로 같이 활활 타오르던 태양이 서서히 빛을 감추면서 수평선과 하늘 전체를 검붉게 물들이며 바닷 속 깊이 잠겨 버리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할미·할아비 바위로 유명한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

태안에서 30km정도 떨어진 안면도는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섬. 안면도는 끝없이 펼쳐지는 해변의 하얀 모래사장과 안면송 우거진 숲이 매력적인 섬이다.

아름다운 서쪽 해안선 굴곡을 따라 섬 곳곳에 자리한 10여 개의 해수욕장도 안면도의 자랑거리. 이 중 서해안 3대 낙조로 꼽히는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을 찾아가 보자. 꽃지라는 이름은 해안에 붉은 해당화가 많아 붙여진 이름. 안면도 낙조 사진에 등장해 장관을 이루던 할미·할아비 바위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할미·할아비 바위의 아래로 여기저기 굴을 따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바다 속으로 불덩이가 풍덩 빠져버리는 듯한 일몰은 참 짧다. 그러나 하루의 생을 마감하고 떠나는 것이 아쉬운 듯 할미 할아비 바위 사이로 붉은 잔영은 긴 여운을 남긴다. 낙조의 황홀경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사방이 어둠으로 뒤덮일 때까지 그 묘한 분위기로 인해 자리를 뜰 수 없다.

김정연 | 『건강생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