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은 「정」에 약한 것이 사실이고 「강요」를 거절하는 것을 잘 못한다. 특히나 술자리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한 잔 받으면 한 잔 돌리는 것이 예의이고, 상사의 술 권유를 거절하면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왜 생겨났을까?

한국인은 가족이나 편한 친구보다도 직장 상사나 동기들과의 모임에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고 여기서 나쁜 음주 습관들이 생겨났다. 술을 강요하거나, 짧은 시간에 술을 많이 마시거나, 폭탄주를 마시거나, 과음하게 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술로 풀어보자는 생각이 지배적인 요즘 사회 음주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한 몫 한다.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술잔을 돌리며(74%), 단시간에 많이(64%) 마신다. 폭탄주나 원샷등 무리한 음주에 대한 강요가 심하며(57%),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과음을 하게 된다(77%).  잘못된 술 상식이 잘못된 행동으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 다음날 숙취로 이어져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이며 계속되는 술로 인해 몸에 적신호가 켜지며 특히 간에 많은 무리를 주게 된다. 약도 독(毒)이라는 말처럼 질병의 치료를 위해 먹는 약도 대부분은 간에서 분해된다. 이것은 술도 마찬가지로 알코올의 90% 이상이 간에서 처리된다. 따라서 주량이 많이 줄었다든지 음주 후에 숙취가 오래간다든지 하는 증상들은 간 기능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음주 때문에 생기는 증상들을 주상(酒傷)이라고 한다. 주상은 만성피로(92%), 소화불량(68%), 묽은 변(63%), 두통(59%) 등 다양한 증상들을 나타내지만 모두가 주독(酒毒)으로 인해 간이 상해서 생기는 증상들이다.

음주에 대해서 상당히 관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이런 주상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을 뿐만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 병을 더 크게 만드는 상황을 적지 않게 만들고 있다. 이런 주상은 반드시 미리 치료해야 큰 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꼭 금주를 하지 않고 절주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관리만 잘하면 음주로 인한 폐해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술을 잘 마시는 것이 마치 자신의 장점인것 처럼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가 더욱 과음을 하게 만드는 한 요소가 된 요즘, 권하는 술자리는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권하는 술을 거절하거나 돌리는 술을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술을 권하지 않으며 돌리지 않는 것이다. 내가 절주를 하면 그 술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절주를 하게 된다. 다가오는 연말연시에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사람들과의 적당한 술자리를 가져보도록 하자.   

심재종 / 다사랑한방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