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한 최초의 심리적 해석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Freud에 의해 시행되었다. 그는 자살은 자기 자신에게 향한 공격성이라고 하였다. 즉, 어떤 대상에 대한 상실이 발생하는 경우 그 대상에게는 사랑과 증오의 감정이 자기 자신에게로 방향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의식적인 가학성을 갖게 하며 자살을 시행하게 한다고 하였다.

한국은 자살 고위험도 국가에 속한다. 고위험도 국가란 인구 10 만명당 25명 이상이 자살률을 보이는 나라를 말한다. 이러한 나라에는 스칸디나바아,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동부유럽국가, 일본 등이 속한다. 최근 한국인 남자 자살자는 독극물 복용이 가장 많고, 목매달기, 투신 순이다. 여자는 향정신성약물 복용이 가장 많다.

우울증은 자살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정신장애로 우울증 말기 보다 주로 초기에 나타난다. 우울증 환자의 2/3가 자살을 생각하고, 10-15%가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 기도자는 자살자의 10배 정도 많다. 성별로 볼 때 자살시도는 남자가 여자 보다 두세배 더 많으나 자살 기도는 오히려 여자가 남자보다 네배가 많다. 대체로 자살 시도를 하기 전에 자살 기도를 몇 차례 하기도 하나 자살 기도 없이 바로 실행하기도 한다. 심한 우울증 시기 보다는 회복기에 더 많이 자살하며 대개 충동성과 관련이 있다. 여자 보다는 남자가, 가정이 있는 경우 보다는 독신인 경우가 장년기 보다는 중년기나 노년기에 더 많이 자살을 한다.

자살의 생물학적 원인에는 세로토닌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 연구결과에서 중추성 세로토닌 결핍이 충동조절 장애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반면, 자살의 정신 역동적인 유형은 몇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첫째. 역습적 유기로서의 자살

예를 들어 실연당한 뒤 자살하는 경우, 상대가 나를 찼으니 이번에는 자살해 버림으로써 나도 상대를 똑같이 차고 저버리고 싶다는 심정이 커서일 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모임이 적발된 후 부모가 학교를 강제로 그만두게 하자 자살을 시도한 학생이 있다. 아무런 힘도 없이 부모의 의견에 따라 학교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이 자살자는 그동안 심하게 자신의 일상을 간섭해 온 부모에 대한 마지막 치명적인 반격을 시도한 것이다. 자살로써 보모로부터 사랑하는 아들인 자신을 빼앗아 버리자는 의도에는 복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반전살인으로서의 자살 - 상대방을 살인한다는 의미의 자살

'패왕별희'에서 보이는 자살이 여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패왕별희'에서 샬루(장풍의 분)의 아내인 주샨(공리 분)이 목을 매어 자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거에는 사랑하였으나 이제는 증오하게 된 그 상대를 자기자신과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함으로써 이제는 자신을 살해함으로써 바로 그 상대를 죽이는 목적달성을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자살의 유형으로 재합을 기약하는 자살

현실생활의 좌절과 불행에 지친 나머지 먼저 간 가족을 저 세상에서 만나 행복하게 살자는 환상에서 감행하는 자살이다. 안델센 동화의 성냥팔이 소녀, 로미오와 줄리엣의 자살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환자에 따라 외래에서 치료할 수 도 있고 입원 시킬 수 도 있으나 자살위험성이 높은 경우 폐쇄병동에 입원 시켜야 한다. 자살로 생명을 끊은 사람 중 대부분은 어떤 식이로던 죽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다. 만약 환자가 자살 계획을 하고 있다면 아주 위험한 증후이다. 또한 자살하겠다고 하던 환자가 종요하고 침착해지는 것도 위험한 증후이다. 때때로 우울증 환자가 자살결심을 굳히게 되면 별안간 평화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입원한 환자는 상태에 따라 항우울제나 항정신병약물을 투여하고, 정신치료를 받게 한다.

자사은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생명의 전화 사랑의 전화 같은 봉사단체가 있으나 누구나 손쉽게 접근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실정에 있다. 미국에서는 일정한 행정구역 단위별로 자살예방 센타를 운영하여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이같은 제도는 우리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했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가득한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된다.    

이민수 / 고려대학교병원 우울증센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