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의 윤활제로, 훌륭한 식탁의 동반자로, 때로는 무서운 파괴자로 우리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알코올은 그 기원이 인류의 역사와 시작이 같다고 할 정도로 길다. 그러나 독특한 알코올의 약리 작용으로 인한 알코올의 남용은 인류에게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신체적, 정신적 위협이 되고 있으며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성인 남자의 83%가 음주를 하고 있으며 12.1%는 알코올남용 가능자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도 우리나라 술 소비량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 한국인의 음주에 대한 인식을 보면 술 마시는 행동을 보다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알코올중독증도 병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높고 음주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적당한 음주량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남자는 하루 소주 3잔 이하, 맥주 3.5잔 이하이다. 여자와 65세 이상의 노인은 남자의 절반이 적당한 음주량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국민건강지침(1996)을 통해 술의 종류에 따라 막걸리 2홉(360cc),  소주 2잔(100cc), 맥주 3컵(600cc), 포도주 2잔(240cc), 양주 2잔(60cc) 이상을 마실 경우 과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경우에 음주는 금기이다.

△임산부 △매우 세밀한 주의와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을 해야 되는 사람 △음주로 인하여 악화될 수 있는 의학적 상태에 있는 사람 △술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 △회복기의 알코올중독자 △21세 이하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적어도 2-3일은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을 두어야 한다.

다음은 술로 인하여 생길 수 있거나 악화될 수 있는 병이다.

첫째, 소화기계는 알코올에 의한 영향이 가장 크다. 알코올은 식도와 위장에 자극을 주어 식도염이나 위염, 췌장염, 장염이 생기며 심하면 위궤양으로 인한 위장관 출혈까지 생긴다. 알코올은 소장에서 비타민을 포함한 여러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고 대장에서는 설사를 일으킨다. 또한 간에서 지방분자의 축적을 통한 지방간을 일으키고 진행하면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를 일으킨다.  

둘째, 알코올은 간접적으로 발암을 돕는 발암 촉진제이다. 심한 알코올중독에서는 특히 두경부 악성종양, 식도암, 유방암, 간암 등의 위장관 계통의 암이 생길 수 있다.  

세째, 경도 및 중등도의 음주는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낮추지만 과도한 장기간의 음주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우선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장 근육에 독성을 일으켜 알코올성 심근병증을 발생시키고 심장에 부정맥을 유발하고 콜레스테롤도 상승시킨다. 또한 당뇨병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인체에 중요한 단백질을 만들지 못한다.

네째, 신경,정신 질환이 있다. 대표적으로 알코올 중독증, 금단증상으로 진전섬망(진전과 강한 흥분을 수반한 헛소리가 특징임. 주로 알코올중독자가 갑자기 술을 끊으면 2-3일내에 급성으로 정신장애가 발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발기불능, 고환위축, 월경불순 등과 같은 성기능장애, 수전증, 말초신경염, 기억력 손상 등이 생긴다. 그 외에도 망상, 정서 장애, 불안 장애, 수면 장애가 생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임산부가 과음하면 ‘태아알코올증후군’을 일으키는데 태아에 여러 기형이 생긴다.

또한 음주는 적혈구에 영향을 미쳐 가벼운 빈혈을 만들고, 심한 알코올 중독에서는 백혈구 가 감소하는 등 정상적인 면역기능이 약해진다. 또한 내분비계통에도 나쁜 영향을 주어, 각종 호르몬들의 생합성, 분비 및 신호 전달 과정에 영향을 미쳐 여러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약물 예를 들어 아스피린, 일부 항생제, 항결핵약 등을 복용하는 사람이 음주하는 경우 약물상호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그 결과 이들 약물의 효과가 떨어지거나 오히려 높아져 원치 않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외에도 음주는 행동 및 습관이나 교통사고와 같은 각종사고, 정신장애와 관련이 있다.

  결론적으로 음주는 위와 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광범위하다. 절주하면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위와 같은 개인적인 불행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알코올중독은 치료해야 할 질병일 뿐이다. 주위에 알코올중독이 의심되는 사람은 빨리 진찰을 받도록 해야 한다.

허봉렬 /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