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기본적인 생물학적 기능 즉, 먹는 것, 성 행위 등을 통해 쾌락을 느끼고 이를 반복적으로 행한다. 그 이유는 이러한 행위들이 뇌 안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보상 또는 강화시스템의 신경을 활성화시켜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이러한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인간의 기본적인 생물학적 기능들은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여 뇌에 기쁨을 전달함으로써 위와 같은 행동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 좀더 높은 차원의 즐거움(가족간의 행복, 높은 성취감, 보람)도 이들 보상회로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의존과 남용

사람은 알코올, 니코틴, 코카인, 필로폰과 같은 물질, 혹은 도박이나 인터넷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에 대해 집착하고 의존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이 깊어지면서 대상에 대한 집착, 심리적 혹은 신체적 위해가 있음에도 강박적으로 그 행동을 지속시키려고 삶의 전부를 내던지는 의존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의존」이나 「남용」이라 일컫는다. 이러한 의존 물질과 행동들의 공통점은 모두 즉각적인 쾌락을 얻기 위하여 사용된다는 것이다.

기분이 안 좋으면 술을 마셔 취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박차고 나가 담배에 불을 붙여야 하고, 경마장에 못 가면 성인오락실이라도 가야 직성이 풀리는, 무언가 급하고 자기중심적인 상황이 연속해서 벌어진다. 이러한 경우에도 어김없이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물질을 분비,작용시킴으로써 쾌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쾌감을 위해 의존성 물질과 행위를 계속적으로 하게 되고, 이것은 모두  도파민 분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결과적으로 도파민의 과다분비를 가져오게 한다. 즉, 뇌 보상계에서 도파민의 양이 정상적으로 조절되지 못함으로써 강박적으로 어떤 물질이나 행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의존을 일으키는 물질을 장기 사용하게 되면 뇌 보상회로의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의 기능에 영향을 주어 맛있는 식사에 대한 감사, 회사 동료와의 즐거움, 서로를 돕는 것과 같은 기존에 기쁨이 되었던 경험들이 더 이상 즐거움을 유발하지 않으며, 과도한 물질의 사용만이 쾌감을 느끼게 해 줌으로써 점차 이에 대한 집착으로 빠져들게 한다.

알코올중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오직 술을 먹어야만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술을 먹지 못하게 되면 이를 찾는데 모든 노력을 쓰게 된다. 그러나 강제로 술을 끊게 하면 그 이후에는 흡연량이 증가한다든지, 다른 약물을 남용한다든지 하는 병적인 중독상황으로 가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점은 병적인 보상체계를 건강한 것으로 대체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병적인 중독을 건강한 중독으로 바꾸는 것이 오히려 알코올 의존의 재발을 막을 수 있고, 또한 삶을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병적인 중독을 건강한 중독으로 바꿔 삶을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

건강한 중독을 만드는 것은 어떤 식으로 쾌락중추를 훈련시키느냐에 달려있다. 즉, 운동, 즐거운 작업, 긍정적인 성취경험, 종교적인 체험, 가족간의 행복한 경험등에 의해 충분히 쾌락중추가 자극 받아야 한다. 예를들어, 잦은 음주나 흡연을 통해 즐거움을 느낀 경험이 있다면, 많은 경우 병적인 중독으로 발전하기 쉽다. 과도한 체벌이나, 심한 신체적 자극 등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험을 줄이고 보다 높은 차원의 긍정적인 행동을 통해 지지나 보상을 경험함으로써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도록 훈련해야 한다.

 병적인 중독, 즉 특정 물질이나 행동에 대한 의존은 재발이 쉽고 회복되기 어려운 만성질환으로 인식되어 왔다. 또한, 장기 의존은 건강을 해치고 나아가 자신의 사회적 활동, 가정생활, 대인관계 등에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이로 인해 실패감과 불행감을 겪게 되어 영적으로도 점점 피폐해지는 상황에 다다르게 된다.

이렇듯 장기 의존은 만성질환이지만 적절한 의학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는다면 이로부터 회복될 수 있다. 예컨대,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처럼 관리만 잘 한다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알코올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절한 약물과 심리사회적 치료를 병행함과 동시에 「병적인 중독」을 「건강한 중독」으로 대체함으로써 회복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김대진 / 가톨릭대학교 성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