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상담센터를 수원에서 운영한지도 12년이 넘었다. 1993년 병원에서 퇴원한 2명의 알코올 의존자들이 내 연구실을 찾아왔고 그들에 의해 내 연구실 앞에 붙여진 이미형 알코올상담실에서 의료인들이 할 수 없는 많은 기적들을 알코올 의존자들 스스로가 만들어 갔다. 2000년 이후 보건복지부가 알코올상담센터사업을 지원하면서 지역사회 알코올 의존자들은 알코올상담센터를 친구처럼 의지하며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우리 센터의 생활철학 중 하나는 「알코올 의존으로부터 회복, 그것은 당신만이 할 수 있지만 당신 혼자서는 할 수 없다」이다.

그동안의 사례들을 보면 1년의 단주과정이 제일 어렵고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센터에서 운영하는 새삶치료공동체에서 회복하고 있는 박씨를 통해 회복과정의 생활을 살펴보고자 한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박씨는 17세부터 술을 많이 마시기 시작했고 막노동, 십장 등을 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는 날 없이 청춘을 보내야 했다. 부모들도 지쳐가면서 35세에 술을 마시고 의식불명이 되어버린 박씨를 대학병원 정신과에 입원시켰다. 살 가망이 희박해 보이던 박씨는 몸이 회복되자 퇴원해서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했고, 그 이후 7년 동안 정신병원을 30여 번이 넘게 드나들게 되었다.

친구와 부모로부터 신뢰를 다 잃고, 집도 재산도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던 그 때, 10년 단주를 하면서 알코올 의존자를 돕는 협심자 이씨가 「퇴원하면 알코올상담센터에 나가면서 술을 끊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으나 알코올상담센터를 찾는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떨어져서 단주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협심자 이씨는 다시 한번 상담센터 프로그램을 권했고, 2004년 5월 말 박씨를 직접 알코올상담센터로 데리고 왔다.

6월부터 나오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알코올상담센터 나오지 않는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이씨와 우리 직원은 가정방문을 하게 되었고 박씨는 그 때부터 지금 1년 동안 매일 알코올상담센터에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새삶치료공동체」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음주측정을 한 후 아침모임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하루를 연다. 그는 그동안 병원에서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형식의 아침모임, 회복자들이 인생을 다시 시작하도록 격려하는 다사모 모임, 일상적인 생활을 이해하고 이해받는 정기집단 모임, 세상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과 활동 문화를 배우는 세미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생활선과 여러 집단상담, 알코올 의존자들의 자조모임인 AA와 일상생활 한 부분으로 텃밭을 가꾸는 작업에 참여 하면서 올바른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기술,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풀어가는 법, 어려울 때 주위 분들에게 술없이 도움을 청하는 방법과 그동안 나에게 습관되어 왔던 부정적인 감정을 정리해 나가는 방법을 터득해나갈 수 있었다.

매일 9시 30분에 아침 모임은 새삶치료공동체 철학으로 시작했다. 「내 안에 피난처가 없어 나는 마침내 이곳으로 왔습니다」로 시작하여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고 나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에게 살아있습니다」로 맺는 이 철학은 알코올 의존자의 회복의 과정을 잘 알려주고 있다.

박씨는 상담센터에 나온지 3개월 만에 술꾼들이 모여 사는 무허가 집에서 벗어나 술의 유혹을 덜 받을 수 있는 월세방으로 옮겨 최저 생활비로 스스로 자신의 삶에 책임지고 알뜰하게 살아가는 생활을 실천했다. 며칠전 박씨는 우리 센터에서 알코올 의존자들을 위한 가정방문을 돕고, 프로그램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서장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1년의 회복과정을 통해 다양한 권익과 책임을 지는 부서장이 되는 자리에서 그는 지난 날을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겨우 이런 프로그램을 해야 하나,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어떡하나 두려워 출퇴근도 남이 안 보이는 길로 피해 다녔습니다. 시시각각 찾아오는 갈망, 욕구, 짜증, 분노, 형제들과의 갈등, 경제적인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지만 상담센터 동료들과 실무자들의 상담 및 격려 덕분으로 위기를 넘겼지요. 매일매일 외우는 철학과 프로그램을 통해 정직과 겸손을 배웠고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 남을 배려하는 것, 너그러움과 소박함을 배웠고, 분노를 버리고 용서하는 법을 배웠으며, 남에게 상처를 주면 나 역시 상처 받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며 『웃는 모습이 아릅답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현실을 직면하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올바른 삶과 어두운 삶을 구분하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그러기에 나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고, 가족이 나를 믿어주고... 그래서 이제 단주가 부담이 아니고 단주하고 싶은 마음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의 회복은 단순히 단주만이 아니라 그동안의 잘못된 습관과 행동의 변화를 함으로써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동안 박씨의 회복이 기적이라고 기뻐하며 꾸준한 외래상담을 해주신 정신과 선생님, 알코올상담센터 직원, 회복 중인 알코올 의존자 동료들과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의 관심이 박씨의 회복에 힘이되어 주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해 낸 것은 박씨 자신이다.  

이미형 / 인하대학교 간호학과 교수,경기수원알코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