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심리학자는 「술이 없었더라면 거리는 온통 미친 사람들로 가득 찼을 것이다」라 말했다. 갑갑한 세상살이 속에서 사람들의 기분을 180도 바꾸기도 하는 술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거의 매일같이 술의 유혹을 받는다. 스트레스를 풀자며 한 잔, 친목을 다지자며 또 한 잔, 이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한 두 잔씩 마시다보면 어느새 「술이 술을 먹고」 드디어는 「술이 사람을 먹는」지경에 이른다.

한국의 음주자 셋 중 하나가 주 3회 이상 마시는 「주당」이라고 한다. 한 번 마시면 속칭 「2차」이상 가는 사람들도 과반수라는데 이것이 고질병이다. 스스로 술을 더 마시려는 주당도 있겠지만 한국적 정서인 「정」때문에 마시기 싫을 때도 거부를 하지 못한다. 술은 사실 「필요 악」으로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없지 않으나 음주운전, 음주 다음 날의 결근 또는 지각, 숙취 등 몇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술 문제하면 통상 「알코올 중독자」만을 떠올리지만, 신문 사회면에 나타나는 거의 모든 주요 사고와 질병의 이면에는 술이 관계되어 있다. 교통사고, 익사사고, 작업중 안전사고, 살인, 폭행, 자살, 성범죄, 가정폭력 등 사고들 가운데 상당수가 술과 결부되어 있다.

따라서 필자는 술 권하는 사회에서 법이 냉소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주당들을 경계(?)코자 한다.

음주 후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일으켰다면..

술과 관련한 형사판례로 「차를 몰고 술집에 가서 음주를 한 후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일으켰다면, 이는 음주당시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예견하고도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로서 사고 당시 설령 「심신미약」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로 인한 형의 감경을 할 수 없다」라고 한다.

이러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 것 외에도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보험급여가 제한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술로 인해 건강도 망치고 건강보험 혜택도 못받는 경우가 실무적으로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차량운행중 중과실로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특례를 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는 소위 「10대 사고」가 있는 바, 음주운전은 무면허운전, 중앙선 침범 등과 같은 악성 유형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음주운전을 했음이 확인될 경우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경우가 되어 보험급여가 절대적으로 제한된다.

타인과 주점에서 시비가 붙었다면..

그 밖에도 주점에서 타인과 사소한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하자 이에 대항해 폭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범죄행위에 기인한 사고임을 사유로 보험급여 비용을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음주 중의 폭력사고는 그 속성상 대부분 야간에 두 명 이상에게서 일어나는 바, 형법보다 가중처벌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더욱이 급여제한 사유가 되는 그 폭행의 정도라는 것이 상대방의 주먹질에 대응해 단순히 뺨 때리기로 응수한 경우라도 둘은 「서로에 대한 방어행위이자 동시에 공격행위이기에 정당방위라 볼 수 없다」는 판례로 인해 건강보험으로 구제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음주상태에서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로 갔으나, 문이 잠겨 있기에 화가 나서 혹은 술로 인한 객기로써 그냥 발로 유리문을 찼다가 발목의 인대 파열을 입은 단순한 사고의 경우에도 상해 결과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감히 그러한 행위를 하는 심리상태인 「미필적 고의」에 기한 행위로 해석되어 보험급여가 제한되는 사례도 많다.

회식과 관련, 음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사고가 난 경우

회식과 관련한 음주를 제어하지 못하여 사고가 난 경우 노동관계법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주관의 회식을 마치고 다른 직원들은 먼저 귀가한 뒤 주당들이 「2차」를 가기 위해 회사 차량을 함께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입은 경우, 그들은 임의로 사적 모임을 계속한 것이고 당초 행사의 경로를 이탈한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배·관리가 계속된 것도 아니기에 업무수행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못한다는 판례가 있다.

또한, 부하 직원의 인사이동에 따른 회식을 2차까지 챙겨준 팀장이 음주상태에서 야간작업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자기 차를 운전해 회사로 향하다 사고를 낸 경우를 알아보자. 문제의 회식은 그 참석이 강제되지 않았고 회식 후의 임의적인 귀사행위는 근로의무 이행을 위한 업무수행의 연속이라 볼 수 없으며 특히, 교통사고는 음주운전에 기인한 것으로서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

사실 이 두 경우 모두 사고자들이 개인적으로 음주한 것도 아니고 회식 자체가 회사업무의 연장으로서 인간관계 관리나 프로근성에 기하였다고도 볼 여지도 있겠지만, 술로 인해 판단을 올바르게 제어하지 못했기에 법이 외면한 사례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의 음주문화는 「관대하다」고 한다. 사회생활이나 집안 모임에서 술이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그러다 보니 그릇된 술문화도 태생된 것이다.

가족관계에서도 주벽이 극심해 자녀의 보호·교육에 해가 되는 「현저한 비행」에 해당하는 경우, 민법규정상 친권을 상실당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지만, 군대문화인 폭탄주나 직장회식 중의 잔 돌리기 등 사회생활에서 생겨난 토종(?) 유형들이 왜곡된 음주문화의 원류라 할 것이다. 물론, 술자리는 실질적으로 업무의 연속이기에 직장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주량은 요구되는 것이고, 담당업무에 따라서는 「술 상무」라는 직함(?)도 있다.

사실, 한국인은 예로부터 공·사 관계에서 술을 즐겨 마셨고, 작금처럼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스트레스가 쌓일 때 동료들과의 술자리를 통해 현실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것이다.

오죽했으면 고려때 임춘(林椿)은 국순전(麴醇傳)을 썼을까. 술을 의인화하여 세상을 경계할 목적으로 지어진 이 작품은 단순히 술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신하와 임금의 관계를 술과 인간의 관계에 빗대어 당대의 사회상을 풍자하였다.

여하튼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서 술자리가 형성되므로 정작 자신의 건강이나 스트레스 해소와는 무관한 음주습관이 생겼다고 볼 수 있으며, 그러한 자리에서 생성된 술에 대한 잘못된 태도가 불건전한 음주문화를 낳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술은 적당히 마시면 약이다. 그러나 그 「적당히」가 문제다. 제 아무리 스스로 적당히 마신다고 다짐해도 정작 「실전」에 있어서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전문의는 「술은 마약과 전혀 다를 바 없으며, 폭주를 자랑으로 여기고 남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지만 않는다면 사실 술 마시는 지혜는 필요없다」고 얘기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바꿔야 할 음주문화가 잔돌리기 또는 「원샷」구호로서,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문화라 한다. 따라서 우리 정서상 잔돌리기가 하루 아침에 없어지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주량이 엄연히 다르기에 첫 잔만 돌리고 다음 잔부터는 본인이 알아서 먹도록 놓아주어 음주후의 사고를 미연에 예방해야 한다.

잘못된 술자리 문화는 세계무대에서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한국인들의 경쟁력을 해하고 자칫 잘못하면 개인의 건강과 가정에도 예기치 못한 화를 초래해 술자리와 그 결과라는 것이 「情따로, 法따로」되기 십상인 바, 바로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이러한 악습의 연을 끊어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윤기종 | 국민건강보험공단 법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