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여성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임신부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태어나는 아기의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태아가 발육하는데 필요한 영양성분은 전부 모체에서 받아야 하므로 모체와 태아는 영양학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엄마 자신과 아기에게 필요한 영양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섭취하려면 임신 전보다 영양 필요량은 자연히 많아지게 된다.

모체가 섭취한 영양의 양과 질이 적절한 경우에는 모자 간에 정상적인 균형이 이루어지므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나, 모체가 섭취하는 영양이 극단으로 부족하거나 과잉인 경우에는 태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임신 기간 동안 적절한 영양 섭취를 하는 것은 엄마의 건강 유지에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태아가 새로운 조직을 합성하여 적절한 성장과 발달을 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영양섭취가 부적절한 경우에 저체중아 출산, 조산, 난산, 신생아 사망 등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이 저체중아 출산이다.

임신 중기, 말기가 될수록 증가하는 임신부 빈혈

우리나라 임신부들의 영양소 섭취 상태를 평가했을 때 가장 섭취가 부족한 영양소는 무기질이다. 임신부의 건강과 관련해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철분의 결핍으로 인한 빈혈이다.

빈혈인 임신부는 특히 저체중아 또는 조산아 출산율이 정상 임신부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또한, 체내에 철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임신을 하면 출산한 뒤에도 빈혈에 걸리기 쉽다. 이러한 경우 정상수준으로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임신부들의 철분 결핍성 빈혈 실태를 파악한 바에 의하면, 임신 초기에는 빈혈이 심각하지 않으나 임신이 진행하면서 중기, 말기가 될수록 빈혈은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철분 결핍성 빈혈에 쉽게 걸리는 것은 곡류위주의 식생활을 하면 철분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은 육류와 생선을 비롯한 동물성 식품 그리고 두부, 콩 등인데, 이러한 식품에 들어있는 철분은 흡수도 잘 되는 편이다. 따라서 임신 기간에는 이러한 다양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칼슘은 태아의 골격을 만드는 주요 성분이며, 일단 엄마의 몸에 저장되었다가 태아에게 이동하므로 임신 초기부터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엽산은 임신 기간 동안에 결핍되지 않도록 특히 신경써야 하는 비타민이다. 엽산이 심하게 결핍되면 임신부는 거대적혈구성 빈혈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게 되며, 태아는 신경관 손상이라는 질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엽산의 대표적인 급원식품인 푸른잎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임신기에는 부종이 생기기 쉬운데 이럴 경우 짜게 먹지 않아야 한다. 나트륨을 과잉으로 섭취하면 혈압이 높아질 우려도 있으므로 가급적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

한편, 임신 초기에는 입덧으로 인해 식사섭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이 있다. 입덧이 있을 때에는 영양에 구애받지 말고 기호에 맞는 음식을 찾아서 먹도록 한다. 입덧은 공복 상태에서 가장 많이 느끼게 되므로 공복감을 느끼지 않게 소량씩 여러 번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임신이 진행되어 출산이 가까워지면 태아와 본인 자신의 건강유지를 위한 영양 필요량이 증가하므로 그에 맞추어 영양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임신기간 동안 실천해야 할 식생활의 원칙

1. 정상적인 체중 증가가 되도록 한다.

임신 기간 중에 10~12kg 정도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적절한 변화이므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체중 조절을 위해 임신 중 끼니를 거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2. 열량과 단백질을 비롯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도록 한다.

살코기와 생선, 콩, 두부, 된장 등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하고 녹항색 채소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섬유질이 많은 다시마, 김, 파래 등도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3. 칼슘의 섭취를 위해 우유를 하루에 2컵 이상 마시도록 한다.

칼슘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소에 섭취가 가장 부족한 영양소인데다 임신 기간 중에는 태아의 성장을 위해 평소보다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4. 임신 20~24주부터는 의사의 지도하에 철분과 엽산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으며, 비타민 C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섭취해 철분의 흡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

5. 카페인, 술, 담배는 피하도록 한다.

카페인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이뇨 작용을 통해 소변으로 무기질이 빠져나가도록 하므로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임신부가 음주 및 흡연을 하는 경우에는 태아의 발달저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태아사망률이 높아진다. 또한, 출생 후에도 지적능력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윤진숙 | 계명대 교수·식품영양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