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주류 중 하나인 소주 광고에는 대부분 여자모델이 등장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이와는 정 반대로 주류광고에 여자모델이 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러한 변화는 우연한 것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주류마케팅이 이익을 더 많이 낼 것이라는 주류업계의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자가 술 마시는 것은 정상적인 여성이 일상적으로 하는 것에서 「일탈된」 것이 아니며 민주화되고 개성이 존중되는 현대사회에서는 「필수적」으로 해야 되는 「규범적」인 행동임을 이들 광고들은 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음주는 여성적이기 보다 남성적인 것으로 간주해 여성음주를 사회적으로 용인하지 않았었다.

여성음주는 증가추세,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많아지고, 교육수준의 향상으로 인한 여성의식 변화, 음주에 대한 사회적 의미와 규범의 변화에 따라 여성들이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그 결과 여성음주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1989년 20세 이상의 성인여성 중 음주자의 비율은 32.1%이었던 것이 1995년에 44.6%, 1998년에는 54.9%, 2001년에는 59.5%로 높아졌다. 이는 성인남성의 음주자 비율이 85.3%(1989년)에서 83.3%(1998년), 82.7%(2001년)로 감소하는 추세인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 정도의 여성음주자 비율은 남성에 비해 절대적 수치에서는 아직 낮은 양상인데 뭐가 그렇게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전체적으로 보면 음주자 비율이 낮은 양상이지만 증가하는 추세이고 그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성의 성역할 변화와 음주에 대한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자가 뭔 술을…」 하는 가치관과 태도를 가진 할머니들이 아직까지 많이 있는 반면, 「술? 합시다!」하는 가치관과 태도를 가진 여성이 20~30대에 지배적이라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여성음주자의 비율은 곧 남성음주자의 비율과 유사하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여성음주, 남성음주와 다른 특징이 있다

모든 분야에서 남녀평등으로 되어가는 사회적 조류를 감안해 볼 때, 여성음주가 남성음주의 수준으로 비슷해지는 것이 특별히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사실 여성음주는 몇 가지 점에서 남성음주의 경우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음주 시작연령이 늦고, 음주로 인한 문제도 늦게 겪는다.

둘째, 남성보다 술을 마시는 빈도와 양이 적으며, 혼자 마시는 경우가 많다.

셋째, 음주 시작에서 음주로 인한 폐해를 겪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으며, 같은 음주량에도 신체적 피해가 크다.

넷째,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이혼이나 사별, 남편의 무관심, 가사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직장과 가정에서의 이중역할 부담 등)나 정신적으로 충격적인 사건 등으로 인해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여성음주자에게 사회적 낙인(stigma)이 아직까지 많으며 여성 스스로도 여성음주에 대한 사회적 이목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여성의 성역할과 관련하여 임신 중의 음주는 알코올성 태아증후군으로 기형아를 낳게 할 수 있으며, 자녀양육의 주 담당자로서 자식에게 부정적 영향을 아버지보다 더욱 많이 미칠 수 있다.

다시 말해 여성음주는 분명히 남성음주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며, 음주결과로 경험하는 폐해가 남성보다 더 크고 범위가 넓다는 점, 남성보다는 더 쉽게 폐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음주는 남성음주와는 다른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알코올 통제정책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성의 음주폐해 결과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회가 여성음주에 관심을 더 가지고 있지 않은 편이다. 여성음주에 대한 이와 같은 무관심은 여성음주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전통적으로 도덕적이었기 때문이다.

즉, 여성음주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비난 또는 처벌을 받아야 할 대상이지 특별히 관리해야 할 것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여성 문제음주자들에게는 치료보다는 사회적 외면이 있었을 뿐이었다.

남성과 구분하기 위해서 여성음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음주 폐해가 사회에 미치는 결과가 남성보다 크다는 측면에서 여성음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특별히 더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술 마시는 자유가 세계에서 제일 많이 보장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남성과 함께 여성의 음주로 인한 개인적 및 사회적 폐해를 감소시키려면 국가 차원에서의 종합적인 알코올 통제정책(National alcohol control plan)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각 나라에 권고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여성음주가 가지는 독특한 특성과 폐해를 개인이 잘 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행동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과 사회적 규범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러한 정책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교육 홍보와 함께 술 마시는 것을 어렵게 하는 사회적·경제적·법적 규제 장치들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또한, 이미 알코올 의존에 빠진 여성들을 위한 치료재활서비스의 이용을 쉽게 하는 제도적 노력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대책은 정부가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니다. 「술? 좋은 것이여」하는 가치관만을 고집하면서 음주로 인한 폐해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한 정부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 각자가 음주폐해로부터 자신과 가정 및 사회를 보호하겠다는 인식에서 음주에 대한 「무한정적인 자유」를 「절제된 자유」로 바꾸려는 사회적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만이 대책이 마련되는 것이며 음주폐해로부터 너와 나를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광기 |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