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증이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이라는 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많은 환자들과 그 가족들, 심지어는 사회에서 조차 알코올중독증이라는 질병을 부정하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실수를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애주가와 환자는 엄연히 다르다. 애주가는 술을 일종의 기호물로 즐기며 술로 인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알코올중독증 환자는 술에 얽매어 있고 자신과 가정 그리고 사회생활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며 도저히 술을 줄이거나 끊지 못하는 사람이다.

알코올의존과 알코올남용

알코올중독증은 뇌세포의 변화를 기준으로 알코올남용과 알코올의존으로 나눈다. 알코올남용은 뇌세포의 변화는 오지 않았지만 심리적인 의존상태에 빠져있는 것으로 흔히 습관성이라고 말한다.

알코올의존은 뇌세포의 변화가 이미 온 상태로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미 뇌세포가 변화되었고 한 번 변화된 뇌는 정상으로 돌아오기 어렵다고 하니 상당히 심한 중독상태라고 할 수 있다.

평생 한 번 이상 알코올중독증을 앓을 확률을 의미하는 평생유병률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가 높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가까운 대만이 7%, 알코올중독증 환자가 많다는 미국이나 독일이 13~14%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알코올중독증 평생유병률은 22%나 된다. 성인 5명 중 한 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알코올중독증을 앓는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볼 때 알코올중독증은 실제로 「온 국민의 병」이 아닐 수 없으며 아직 질병을 앓고 있지는 않지만 음주로 인한 문제를 보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의 음주문화가 크게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술에 관대한 문화, 이제는 바꿔야 할 때

술에 관대한 사회, 술에 무책임 한 사회, 주류의 선전광고가 자유로운 사회, 술에 취한 여러가지 행동이상을 정상적으로 보는 사회, 음주로 일어나는 현상에 책임을 묻지 않는 사회,  누구나 술을 살 수 있는 사회, 스트레스를 술로 해결하려는 경향의 사회, 심지어 물건을 팔기 위해 술을 접대하는 사회. 즉, 우리 사회는 술을 사회적인 치료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신입생 환영회, 회사의 입사식에서 벌어지는 「대접에 술 마시기」,「폭탄주 돌리기」,「원샷」 등은 우리 사회에 대표적인 잘못된 음주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모든 문화현상들은 결국 우리나라에서 알코올중독증의 유전적 소인을 가진 거의 모근 사람들을 질병에 빠뜨리고 급기야는 그런 소인이 적은 사람들마저도 알코올중독증에 빠뜨리게 한다.

이제는 음주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알코올중독증의 진단도 중요하고 치료와 재활도 중요하지만 예방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음주문화 바꾸기」인 것이다.

「술에는 장사가 없다」「사람이 술을 먹고, 술이 술을 먹고,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또, 술이 백 약 중에 으뜸이라지만 「잘쓰면 약주(藥酒)요 잘못쓰면 망주(妄酒 )라는 말도 있다. 술잔은 작지만 결국 그 안에 빠져 죽는다는 말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사회의 음주문화를 바꾸어 나갈 때다.

이정태 /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 건강생활 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