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폐해의 심각성

과도한 음주는 건강문제와 사회문제 발생의 중요한 원인으로서 개인, 가정 그리고 전체 사회의 복지에 미치는 악영향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사망의 3.2%와 60종류 이상의 질병 및 상해 발생에서 음주가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되었다. 그리고 교통사고나 폭력사건의 발생이 음주에 기인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며, 근로자들의 음주는 사업장에서 생산성 저하, 결근, 재해, 조기퇴직 및 실업을 증가시킨다. 세계보건기구가 2005년 제58차 총회에서 회원국들이 개별적 또는 국제적 노력을 통해 음주 폐해에 적극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이와 같은 사실인식에 근거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류 소비가 많은 편이다. 15세 이상 성인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03년에 9.3liter로 추정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에서 중간 정도이지만, 2001년에 성인 남성의 83%, 여성의 69%가 음주인구였는데 여성 음주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근로자의 음주율은 91.2%에 달하며 고도 폭음자도 23%였다. 청소년의 월간 음주율이 31%이고, 음주시작 연령이 평균 14세 이하로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알코올 소비의 1/2이상은 소주이고 다음으로 기타 증류주와 맥주가 차지하며, 과실주는 극히 적다. 여러가지 음주폐해도 크다. 2001년에 18~64세 인구에서 알코올 의존 연간 유병률이 4.3%이고, 음주로 인한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약 8.7%에 달했다는 보고가 있다. 2003년도에 총 31,227건의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사망자가 1,113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15.4%였고 증가하는 추세이다.

음주폐해, 예방이 효율적 접근

주류 소비양상이나 음주폐해의 실태를 고려할 때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음주로 인한 폐해를 줄이려면 대부분의 문제에서 그러하지만 음주폐해의 경우에는 특히, 예방이 효율적 접근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음주율과 알코올 소비량을 줄여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세 가지 접근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음주습관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여 각자가 음주 자체 또는 과도한 음주를 삼가도록 하는 방안이고, 둘째, 주류에 대한 조세제도, 가격정책 등을 통해서 경제적 유인 또는 비유인에 의하여 주류소비를 억제하는 방안이며, 셋째, 주류의 생산과 유통과정 및 음주행위에 대한 규제를 통하여 소비를 감소시키는 방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주폐해의 예방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매우 미흡한 형편이며 따라서 이들 수단의 동원이 제한적이다.

음주문화가 만취할 때까지 술을 권하고, 과도한 음주로 인한 일탈행위를 관용하는 편이기 때문에 술의 생산과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나 경제적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술을 마시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즐거움을 주며 소량은 건강에 이로운 점도 있는데다 식생활의 일부로 간주될 정도로 기본적 생활문화와 긴밀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자발적 절주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의 효과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홍보교육, 유인 및 규제 수단들을 적절히 종합해서 포괄적 절주사업 전략을 마련하여 추진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이러한 전략을 짤 때에는 음주문화 등의 사업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 지속적 추진 필요

효과적 절주사업은 다각적 정책수단들을 동원하는 포괄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앞에서 언급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들의 음주관련 의식, 행동, 습관과 문화 등의 사업여건이 바람직하게 변하고, 정착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없으면 사업이 추진과정에서 거부와 저항에 부딪쳐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식이나 문화의 변화는 결코 단기간에 쉽게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절주에 관한 홍보와 교육을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장기적 견지에서 지속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홍보교육사업의 효과는 대상자, 매체, 내용 및 사업시행자의 적절성과 상호조화에 크게 좌우되며, 이들 사업효과의 결정요인은 실증적 연구를 통해서만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연구결과가 도움은 되겠지만, 음주는 국민의식과 생활문화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는 현상이므로 우리나라 고유의 상황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절주문제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적었던 탓에 그러한 연구도 적었다.

국민건강증진사업에서도 현재 절주는 비교적 우선순위가 낮은 편인데, 쉽게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과제라고 해서 마냥 방치하기에는 음주의 폐해가 너무 크다. 따라서 장기적 안목에서 포괄적 사업전략을 마련하되 점진적으로 꾸준히 추진해가는 것이 현실적이면서도 마침내 바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효과적 접근이 될 것이다.  

한달선 | 대한보건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