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주 문화와 음주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청소년 음주 문제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기 시작했다. 소위 관대한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은 비교적 손 쉽게 술을 접할 수 있다.

각 가정마다 냉장고 속에 있는 맥주나 소주, 장식장의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양주를 비롯해 비록 법적으로는 금하고 있지만 실제로 술을 구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73.1%나 되는 것 등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음주는 거의 방치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명절 차례나 제사 후 마시는 음복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고,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는 명목으로 청소년에게 술을 권하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볼 때 청소년 음주에 대해 적극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닌지 다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문계 고등학생의 41%, 실업계 고등학생의 55.4%가 지난 한 달간 한 번 이상 음주

2004년 청소년위원회의 조사결과 74.4%의 청소년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술을 마셔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은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수치라 하겠다. 청소년의 음주 경험율은 1999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중 음복이나 종교적 행사, 어쩌다 호기심으로 마신 경우를 제외하면 57.8%로 음주율이 낮아지고 이 현상은 초등학생(60.3%→33.0%), 중학생(63.9%→39.4%)과 같이 연령이 낮을수록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을 보면 음주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청소년 음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주율과 관련하여 관심을 가져야 할 통계로는 지난 한 달간 음주 경험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월간 음주율이 있다. 월간 음주율은 주기적인 음주를 하는 청소년이 얼마나 되는가를 살펴보는 잣대가 될 수 있는데, 중학생의 15.9%, 인문계 고등학생의 41%, 실업계 고등학생의 55.4%가 지난 한 달간 한 번 이상 음주를 한 것으로 나타나 고등학생의 음주는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 아닌가 우려될 정도이다.

연령이 낮을수록 가족 행사 때,

고등학생의 경우 대인관계로 인한 음주 비율 높아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는 동기는 친구들과 놀다가(28.4%), 생일 등 축하모임(16.4%)과 같은 대인관계와 관련된 것이 가장 많으며, 수학여행, 수련회(13.6%), 소풍, 견학, 축제, 체육대회(10.8%) 등의 학교 이벤트나 행사 그리고 시험 후(16.4%), 백일주(5.8%)와 같이 시험과 관련되어 마시거나 명절, 제사 등(12.0%)의 가족행사를 들 수 있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가족 행사 때 술을 마시는 비율이 높고, 고등학생들의 경우는 대인관계로 인한 음주 비율이 늘어나는 특징을 보여준다.

여학생 음주의 증가와 음주시작 연령의 저연령화가 특징

최근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청소년 음주의 특징은 여학생의 음주가 증가해 남녀 학생간의 차이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과 음주 시작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저연령화 현상을 들 수 있다.

첫 번째로 여학생의 음주 증가 양상을 살펴보자. 월간 음주율에서 남자 32.8%, 여자 28.6%로 그 차이가 4.2%포인트로 남녀간의 차이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월평균 음주횟수를 비교해 보면 남자 2.43회, 여자 1.77회로 이는 2000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의 조사에서 남자 3.23회, 여자 1.67회에 비해 남녀간의 차이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여자의 음주횟수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폭음 횟수에서도 2000년에는 남자 월 평균 2.14회, 여자 0.98회에서 2004년에는 남자 1.9회 여자 1.35회로 남녀 차이가 줄어들고 여학생의 폭음횟수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중학생의 경우 월평균 음주횟수는 남자 0.95회, 여자 1.05회, 월평균 폭음횟수는 남자 0.54회, 여자 0.74회로 여학생의 음주 및 폭음횟수가 남학생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주의해 살펴 보아야 할 문제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음주의 저연령화 현상이다. 그 동안의 연구들에서 맨 처음 술을 마신 시기는 성인이 되었을 때의 음주행태에 영향을 미치며, 일찍 음주를 시작할수록 과음자 혹은 음주문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중학교 이전에 음주를 시작하는 비율이 2000년 85.9%에서 2004년에는 86.5%로 약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중학생 때 처음 술을 마시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이러한 현상은 최초 음주동기에서 호기심이나 친구, 선후배의 권유가 더 늘어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보여진다.

알코올의 영향을 더 빨리, 더 많이 받는 청소년기

또 하나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문제성 음주 청소년에 대한 것이다. 청소년의 경우 발달기적 특성 때문에 술을 마신다고 해서 바로 신체적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알코올의 영향을 더 빨리,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문제성 음주자를 조기에 발견 개입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2005년 개발된 한국형 청소년 문제성 음주자 선별도구로 측정한 결과 고등학생 중 25.0%가 문제성 음주자로 나타났다.

남학생의 27.8%, 여학생의 22.1%가 문제성 음주자로 나타났는데, 남학생의 비율이 조금 더 높기는 하지만 여학생 문제성 음주자도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문제성 음주자 중 중학교 때 처음 술을 마셨다는 학생이 70.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중학교 시기의 음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조사대상 청소년 중 예방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은 37.0%에 그치고 있어 술에 노출된 정도에 비해 대책은 미흡한 수준이다. 예방교육을 받은 경우에도 42.0%가 비디오교육, 강의가 33.8% 그 외에는 캠페인이나 리플릿, 팜플릿 등을 제공받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 즉, 정보전달 수준의 예방교육이지 체계적인 예방교육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 음주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술 때문에 우리 청소년들의 꿈과 미래가 자칫 다른 길로 빠지거나 잠시 돌아갈 수도 있음을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구체적인 대책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갈정 |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