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통이 자주 생기고, 몇 달 이상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면 췌장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만성 음주자나 담석이 있는 사람이 과음 뒤에 등이나 양 옆구리로 전파되는 복통이 생기거나, 오심과 구토가 자주 생기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여러가지 소화효소를 분비하고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췌장은 여러 소화효소를 분비해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를 돕고 있다. 췌장에서 분비하는 소화효소에는 단백질 분해효소와 전분 분해효소, 지질 분해효소 등이 있으며 흔히 소화장애가 있는 경우 위와 십이지장 질환만을 생각하게 되는데 원인없이 만성적으로 소화장애가 계속될 때에는 췌장의 이상유무를 검사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췌장은 우리 몸에 필요한 인슐린을 만드는 곳으로서 만성 췌장염을 오래 앓으면 인슐린이 나오지 않아 이차적으로 당뇨병이 생기기도 한다.

췌장 질환에서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것은 췌장염과 췌장암이다. 췌장염은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은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과음한 후나 담석이 있는 경우에 급격한 상복부의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복통 다음으로 흔한 증상은 오심과 구토이다. 급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술과 담석증인데, 담석을 갖고 있는 환자에서는 일반인에 비해 약 15~35배 정도로 급성 췌장염이 잘 생긴다. 대개의 경우 내과적인 치료로 회복되지만 치사율도 10%정도에 이르는 질환이다.

만성 췌장염, 술의 양이 많을수록 기간이 길수록 잘 생겨

만성 췌장염은 술이 대부분 원인으로, 매일 마신 술의 양이 많을수록 기간이 길수록 잘 생기며 술의 종류나 마시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다. 술은 매일 80mg(소주 1병)이상을 8년간 지속적으로 마실 경우 만성 췌장염이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췌장염의 초기 증상은 복통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치료에서 술을 끊는 것이 중요하며 금주만으로도 복통이 악화되는 것을 50%정도 줄일 수 있다.

만성 췌장염은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 15년 내에 점차로 췌장의 위축이 생겨 이후 당뇨병과 지방변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소화효소 분비가 안되어 흡수장애와 영양결핍이 올 수 있다.

또 하나 췌장의 중요한 병으로 췌장암을 들 수 있는데, 서구에서는 소화기계암 중에서 대장암 다음으로 흔하며 국내에서도 그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의 식생활이나 생활 패턴이 서구화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며 먼저 체중감소와 오심과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고 대부분의 환자에서 복통이 발생하며 경한 경우는 복부의 불편감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금주, 금연, 정기적인 검사가 췌장질환 예방

췌장암은 소화기계암 중에서 예후가 나쁜 암으로, 대부분 1년 이내에 사망하게 된다. 췌장암이 이렇게 예후가 나쁜 이유는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가벼운 소화기계 질환과 구별되지 않으며, 진단될 당시에는 이미 수술적으로 제거하기에는 너무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수술적 제거만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다.

따라서 소화불량이나 상복부 불쾌감이 몇 달 이상 지속될 때에는 반드시 복부 초음파 검사,  복부 단층촬영술을 실시하여 췌장의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잘 이루어지던 혈당 조절이 갑자기 안되거나 50대 이후에서 당뇨가 생긴 경우 췌장암의 발생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능성 위장 질환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만성 췌장염이나 췌장암의 초기 증상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췌장암이 늦게 발견되는 이유의 하나로 추측된다.  

췌장암의 가장 강력한 발암물질로 알려진 것은 담배로, 담배를 많이 피우게 되면 흡연량에 비례하여 췌장암 발생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따라서 금연은 폐암의 예방 뿐 아니라 췌장암의 예방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결국 술을 끊고, 금연을 하며 정기적으로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 사람이 할 수 있는 췌장염과 췌장암의 예방책이다. 또한, 지나치게 기름지거나 단 음식을 피하는 좋은 식습관 유지와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도록 노력한다면 췌장 질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김명환 |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