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의존

우리 12단계 치료공동체는 현재 회복의 과정을 가고 있는 알코올 의존자, 공동 의존자, 성인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10여 명 정도로 모두 30여 명의 가족공동체이다.

돌이켜 보면 가족이 회복의 길로 갈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은 알코올 의존자를 포함하여 가족 전체가 12단계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들 중에는 재활을 위한 알코올·약물 상담사 교육을 받고 있는 분, 사회복지사 교육을 받고 있는 분 또는 다른 생업에 종사하는 분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면서 보다 나은 삶을 경험하고 있다.

가족 내에서 알코올 의존자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배우자 또는 형제가 먼저 치료 방향성을 찾도록 인도

알코올 관련 상담기관을 통해 한 분의 어머니께서 상담실을 방문했다. 면접상담을 마친 후 보호자격인 어머니께 공동의존 12단계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이 분은 중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치료에 대해서도 절망적이었다). 다행히 우리 기관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집단상담과 교육에 충실히 참여했다.

남편, 딸, 아들 모두가 알코올 의존자였는데, 따님의 문제가 가장 심각한 상황임을 알게 된 어머니는 가정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나가려는 여러운 결정을 내렸다.

그 어머니는 우리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공동의존모임, 성인아이모임, 의존자모임에 참여하면서 많은 위로도 받고, 다른 성인아이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자녀들의 아픔을 보는 시야를 넓혀 갔다. 또, 남편의 경우 「나이도 있고 더이상 어쩔 수 없겠다」싶어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태도도 바꾸게 되었다.

어머니는 전적으로 가정의 알코올 중독문제를 공동체와 함께 풀어 가는데 온 힘을 다하셨다. 알코올 의존 성향이 짙은 따님을 우선 전문 알코올 클리닉에 입원시켰다. 환자가 입원 중인 병원으로 필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12단계촉진 중재프로그램을 강의하러 갔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환자와의 만남은 이루어지고 공감대는 형성되어 갔다. 그 과정 중에 본인이 의존자임을 인정하고 방어기제(부정·합리화·투사)도 조금씩 누그러졌다.

그 따님은 한 달 조금 넘는 입원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환자의 아버님께서 술을 몇 달을 드시지 않다가 다시 장복에 들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어머니께서는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둘을 다 입원시킬 수 없는 상황이어서 따님의 입원치료기간이 짧긴 하지만 퇴원 후 통원치료와 함께 우리 공동체의 프로그램에 참석할 수 있는 방법과 거주프로그램인 여성 알코올 사회복귀시설(6개월)에 참여하는 방법을 고려하게 되었다.

필자의 중독경험을 나누고 내적 갈등을 공감하는 순간 체험적 전향이 일어난다

알코올 의존자인 따님과 어머니를 모시고 여성전용 사회복귀시설을 방문하였다. 좋은 시설과 따뜻한 스탭들을 보고도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많은 두려움 속에서 갈등하고 있던 따님이 그 힘든 마음의 상처를 읽어주는 모친과 상담사의 공감대에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작은 부활의 순간이고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는 자기의 모든 것을 드러내니 마음이 너무 편해지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본인도 자신이 어떻게 이 결정을 내렸는지 너무 감격해 하고 있었다. 주변 상황에 몰려서 어쩔 수 없이 따라는 왔으나 이렇게 결정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것. 어머니는 이렇게 결정해 준 딸에게 너무나 고마워하며 눈물을 흘리셨다. 그래서 퇴원 후 자발적으로 사회복귀시설로 입소하게 되었고, 이제는 아버님을 치료적 차원으로 연계시켰으며 아들도 성인아이프로그램으로 인도하겠다는 의지를 모친께서 보여 주었다. 그리고 가정의 구성원들은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긴 회복의 여정을 가고 있다.

탁닛한의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중 한 구절이다. 한 여인이 꿈을 꾸었는데, 시장에서 새로 문을 연 가게에 들어갔다. 그 가게 주인은 다름 아닌 신(神)이었다. 무엇을 파느냐고 묻자 신은 『당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팝니다』고 했다. 여인은 인간이 바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의 평화와 사랑과 행복과 지혜 그리고 두려움으로 부터의 자유를 주세요』 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가게를 잘 못 찾으신 것 같군요. 부인, 이 가게에선 열매를 팔지 않습니다. 오직 씨앗만을 팔지요』

우리네 인생은 항상 열매만 찾죠? 위의 가정은 부정적인 열매(회복은 없다)보다 회복의 씨앗을 먼저 찾을 줄 아는 가정공동체였다.

신양호|알코올상담사,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