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시 소재 사업장 104곳의 직장인 3천121명을 대상으로 음주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근무시간에 술을 마신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39.1%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31.2%가 음주 뒤 숙취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과음 예방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62%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6%에 불과해 관련 프로그램 보급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범국민절주운동본부는 이러한 음주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서울시내 소재 사업장에서 건강도시 만들기 - 절주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도입·정착은 어렵지만 꼭 필요한 「절주」

롯데의 모기업인 롯데제과는 1967년 설립한 이래 껌, 초콜릿, 비스킷 등 2백 여 종의 제품을 영등포, 양산, 평택, 시흥 등 대단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절주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곳은 롯데제과(주) 영등포공장이다. 이 곳은 현재 7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남녀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고 장기근속자가 많은 곳이다.

회사 내에서 절주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조윤근 대리는 『술을 드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는데 마침 서울시에서 건강한 도시 만들기 사업을 소개해 주어서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회사내에서 건강 장해요인을 예방하는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면서 금연캠페인은 매년 시행해 눈에 보이는 작은 효과를 거두고 있었지만, 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었던 상황이었습니다』며 사내 절주프로그램 접근에 대한 어려움으로 말문을 열었다.

사내에서 절주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술을 안 마시고 어떻게 생활할 수 있냐는 농담어린 반응도 있었다.

『주변에서 어려운 일이란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절주」라는 단어조차 생소하게 받아들였으니까요. 하지만 술로 인한 문제들이 심각하다는 의견들이 사우들 사이에서 나오면서 참여해 보고 싶다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회사의 건강 장해 예방프로그램의 목적에도 맞고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진행을 위해서 서울시와 범국민절주운동본부에서 기획 및 총괄 관리를 맡고, 프로그램의 운영관리는 삼육대학교의 천성수 교수팀에서 각 회사의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원받아 롯데제과 영등포 공장의 담당자가 사내에 도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졌다.

알코올 관련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가진단 설문지를 작성하고 심각성을 설명해 주었다. 대부분 술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자가진단을 통해 문제음주에 대한 의식을 조금씩 갖게 되었다. 절주서약서를 작성하고(2005년 8월) 5개월 후에 다시 반환해서 그동안 절주를 실천했는가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었다.

사내 간호사를 통해 수시로 알코올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였고, 절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총 10회의 술로 인한 폐해를 중심으로 하는 사내 교육, 절주를 알리는 플래카드 게시, 사내식당과 휴게실에 알코올 폐해와 절주 교육용 포스터 등을 게시해서 직원들이 근무하면서 틈틈이 절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내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절주표어를 공모해 좋은 작품을 시상하는 이벤트, 술 약속이 많아지는 연말연시에는 주 1회씩 핸드폰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절주 관련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의 사내 절주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술에 대한 상식이 늘어났습니다. 남자는 4잔, 여자는 2잔 이상 마시면 몸에 해롭다는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회식 할 때 절주교육 받은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함께 하고, 술을 거절해도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그런 얘길 듣고 나니 절주프로그램 시작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는 담당자 조씨.

『절주 프로그램의 정착은 참 어렵습니다. 담배는 건강에 나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술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하고 특히, 직장인들의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필요한 것이 절주입니다 』

그는 앞으로도 금주 요일을 정해 운영하는 것과 절주를 실천해서 성공과 실패사례를 소개하는 기회를 가져보고 싶다며 사내 절주운동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 주었다.

김정연 | 『건강생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