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에 너무나 관대한 한국 사회. 2, 3차는 물론이고 「꼭지」가 돌 때까지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에 대해서도 「알코올 중독」이나 「알코올 남용」이라는 말보다는 「술을 좋아한다」거나 「술에 세다」라는 말을 더 즐겨 하는 사회. 많은 사람을 거느리는 조직에서 고위간부나 책임자가 되면 술을 마시지 않고 사람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사회. 그래서 남자들 사이에서는 인사말에도 「술 한 잔 합시다」 또는 「소주 한 잔 합시다」 등 으레 술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사회지도층 가운데에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술을 한 두 잔만 마시고도 자신의 구실을 잘 하는 사람도 꽤 있다. 『건강생활』은 명사 또는 사회지도층 인사분들을 모셔서 음주관이나 우리나라 음주문화 행태, 올바른 음주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첫 주인공은 정근모 명지대 총장이다.

정근모 총장은 과학자(원자력에너지), 과학기술행정가(과학기술처 장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교육가(호서대총장, 명지대총장), 시민운동가(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대표, 한국 사랑의 집짓기운동연합회 이사장,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 등 다양한 활동을 했거나 하고 있는 분이다.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기 위해 두 차례나 약속을 잡았다가 바쁜 일정 때문에 취소를 하고 결국에는 전화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는 지난 95~96년 과학기술처 장관과 출입기자로 인연이 있는 사이이다. 22년간의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수백 명의 장차관과 국회의원 등을 만났지만 그는 나의 취재수첩에 금주 또는 절주를 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로 올라 있다. 기자 시절에도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을 던져 보았다.

⊙ 지금은 술을 드시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젊은 시절에도 술을 전혀 안 하셨습니까?

⊙ 아닙니다. 한 때는 술을 많이 마셔서 간이 나빠져 엄청 고생을 했습니다. 한국과학원(KAIS) 부원장으로 있을 때(1971~1975) 이른바 접대성 술을 많이 마셔 간염까지 걸렸습니다. 의사가 술만 안 먹으면 낫는다고 해 그 때부터 술을 멀리 했습니다.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그가 한국과학원 부원장에 취임한 나이는 33살이었다. 젊은 나이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권하는 술을 뿌리칠 수 없는 상황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 회식이나 저녁 모임 등 친교 자리에서 술을 권하면 어떻게 대응하셨나요?

⊙ 1957년(그의 나이 18살) 대학다닐 때(그는 만으로 16살 때 서울대 물리학과에 들어갔음) 이미 세례를 받고 신앙인이 됐지만 82년부터 저는 성령으로 거듭난 참된 기독 신앙인이 됐습니다. 그 후부터는 주위에서 권하더라도 전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장관으로 있을 때는 상임위 국회의원들의 술 권유를 뿌리치기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신앙과 건강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하면 이해를 해 줍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저에 대한 소문이 나서 주변에서 잘 권유하지 않더라고요.

⊙ 우리나라 음주문화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우리나라 양주 소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저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도 하고 교수 생활도 했습니다. 대다수 미국인은 칵테일 한 두 잔과 식사 때 포도주 한 두 잔 하는 정도입니다.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하면 대취할 때까지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은 물론이고 사회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물론 경제적 비용 지출도 만만치 않고요.

⊙ 우리나라 방송드라마에서는 너무 자주 음주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이 중고생이나 대학생 등 청소년들에게 주는 폐해는 없을까요?

⊙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만취 장면이 너무 많이 나와요. 어떤 드라마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을 멋있게 그리기도 합니다. 술을 마시는 장면, 특히 만취한 모습을 보여줄 경우 반드시 그 후유증이나 폐해를 함께 보여줘 술을 함부로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술 소비가 줄지 않고 왜 현대인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시는 걸까요?

⊙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엄청난 속도로 경제 성장을 했습니다. 이런 변화 속도에 잘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매일 매일 받게 되고 이것을 술로 풀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여유가 없고 취미생활도 없습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은 주셨습니다. 이 재능을 가지고 성실하게 삶을 꾸리고 여유를 가진다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 이제 칠순이 몇 년 남지 않으셨는데(그는 1939년 12월30일생이다) 이렇게 현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실 수 있는 건강 비결이라도 있는지요?

⊙ 물론 육체적인 운동도 중요하겠지만 정신적인 건강도 중요합니다. 신앙생활은 저의 정신적인 건강의 기초입니다. 가치관이나 판단을 굳건하게 하기 위해서도 신앙은 중요합니다. 신앙은 안정감과 조화된 삶을 영위하게 해 줍니다.

 안종주 | 『건강생활』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