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꽃 구경에 아쉬운 마음이 남았다면 경기도 여주로 떠나보자. 한 자리에서 수 천 종의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더 늦기 전 꽃 향기에 취해 보자.

곤지암을 지나서 양평 방향으로 가다보면 해여림식물원의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해여림식물원 입구가 나오는데 포장이 잘된 길과 넓은 주차장 그리고 은은한 꽃과 나무내음이 손님을 맞는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과 하나되는 해여림식물원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상품리 산자락에 터를 잡은 해여림식물원. 「온 종일 해가 머무는 여주의 아름다운 숲」이란 뜻의 해여림은 33년간 아동출판에 몸 담았던 예림당 나춘호 회장이 일궈낸 식물나라이다.

「30년 동안 식물도감 등 어린이 책을 만들면서 사라져가는 우리 식물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식물자원에 관심을 갖다가 결국 식물원까지 세우게 된 거죠. 아이들 식물공부는 교실보다는 직접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는 식물원에서 이루어져야 됩니다」 그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문을 열었다고 했다.

5만 여 평 규모에 2,700여 종의 초본류와 1,300여 종 목본류, 구근류 800여 종이 자리하고 있으며 관람을 위해서 쉽게 배치해 놓은 공원의 모습이 한층 더 아름답기만 하다. 관람 동선거리는 10km. 다른 식물원에 비해 전시 밀도가 높다.

해여림식물원은 기획 식물원이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설계해 나무를 심고 가꾼 식물원이다. 목본류, 초화류, 약용식물, 원예식물, 습지식물 등을 생태 특성별, 주제별로 나눠 심었다.

테마별 정원이 즐거움 더해

식물원은 크게 꿈의 동산, 희망동산, 미래동산, 행복동산, 보람동산 등 5가지 테마로 나뉘어 있다. 동산마다 제각각 소주제의 정원을 갖추고 있다.

꿈의 동산은 3개의 연못을 중심으로 한 수생식물이 주요 테마이다. 만남의 광장 오른쪽에 자리잡은 천연지·지혜연·사랑연에는 연둣빛 수련이 출렁인다. 연못 주위에는 창포, 부들, 꽃창포, 물싸리, 무늬미나리, 자운영 등이 자리를 잡아 수생식물의 아름다움이 한결 돋보이고 있다.

희망동산에는 즐거움이 있다. 미로숲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측백나무 미로숲이 있고, 달빛정원에는 히어리·댕강나무·철쭉 등이 있다. 태극원 위에 조성된 찰흙놀이터는 동심의 세상이다. 아이들이 맨발로 흙을 밟고, 손으로 빚고, 미끄럼도 탄다. 바닥 전체가 여주와 이천에서 생산되는 도자기용 흙으로 채워져 있다.

미래동산의 나라꽃 정원에선 재래종에서부터 신품종까지 다양한 무궁화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소박하고 은은하고, 우아하고, 화려한 다양한 모습의 무궁화가 일품이다.

연못가 실개천을 따라 올라가면 계곡 중턱에 자리잡은 행복동산을 만난다. 약초를 테마로 한 동의보감 정원에는 약용식물 1,000여 품종이 식재돼 있어, 쉽게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다. 어른들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약재를 보고 배울 수 있고 어린이들은 학습장소로 가까이서 식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식물원 제일 꼭대기에 조성된 보람동산에는 80여 품종 1,000여 그루의 장미가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꽃을 피운다.

 연인과 친구,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자연과 하나되어 꽃 향기에 취해 보고, 울창한 관목숲과 잣나무숲의 산책길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이 계절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김정연 | 『건강생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