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광고의 바다」 인터넷

인터넷의 한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최근 출시된 두산 소주 「처음처럼」의 배너광고가 게재돼있다. 광고를 클릭하면 처음처럼의 홈페이지로 바로 연결된다. 같은 사이트에 경쟁사 브랜드인 진로의 「참이슬」 배너광고가 보인다. 이 광고는 마우스만 올려 놓으면 한 연예인이 참이슬 주제가를 부르며 춤추는 동영상이 나온다. 광고를 클릭하면 역시 참이슬 홈페이지로 바로 연결된다.

광고에 쓰이고 있는 음악은 두 회사 모두 「올챙이 송」이다.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익숙하고 친근감있는 동요가 술 광고의 로고송으로 쓰여도 아무런 규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이 광고의 타킷은 누구인가?

인터넷 광고는 누구의 간섭도 제재도 받지 않고 변화무쌍하게, 날로 손쉽게 접하도록,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도록  온갖 IT기술의 접목을 자랑하며 떠돈다. 인터넷은 청소년들에게 TV, 신문, 잡지보다 훨씬 익숙한 매체이며 또 제일 많은 시간동안을 접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현재 지상파 TV에서는 7시~ 22시까지의 술 광고, 17도 이상의 술 광고, 주류의 판촉을 위해 광고노래를 방송하거나 경품 및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라디오에서도 17시~다음날 8시까지 미성년자대상 프로그램 전후의 광고방송에서는 술 광고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국민건강증진법 제7조~10조). 이 기준에 따르면 소주광고는 당연히 광고금지대상이다. 주류 판촉을 위한 광고노래방송을 금지하고 있는 기준을 적용한다면 TV-CF 수준의 춤추며 노래하는 동영상 인터넷 술 광고도 당연히 금지대상이다.

인터넷보다 전파 영향력이 약한 라디오의 기준에도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광고시간과 프로그램 성격에 따른 제한을 두는데, 막강한 파급효과를 누리는 인터넷은 규제 소홀을 틈타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광고의 바다」가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 광고에 대한 어떠한 주류광고 기준도 없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광고매체는 날로 변화하며 진화하는데 법은 제자리이며 진리처럼 변하지 않으려 한다.

「주류광고의 천국」 SP매체

서울 시내 번화가 대형 전광판, HITE맥주의 「금 뚜껑이 3만개」경품행사 안내가 온 거리를 환하게 비춘다. 시내를 달리는 시내버스, 소주광고와 맥주광고가 함께 달린다. 길거리의 도우미를 동원한 이벤트 행사장, 소주병 캐릭터를 뒤집어 쓴 채 요란한 음악과 함께 술 광고행사를 한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바싹 다가와 구경한다.

전광판, 시내버스, 지하철, 비행선, 대형 건물의 벽면이나 옥상, 전화번호부, 우편물(DM), 이벤트 등을 통해서도 광고는 전달되며, 광고업계에서 SP매체(sales promotion media)라고 부르는 이러한 광고 전달 매체들은 주류광고에 대한 아무런 규제도 없는 광고천국 지대들이다.

대한보건협회에서는 2001년부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기금사업의 하나로 주류광고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월간·연간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지상파 TV 3사와 일간지 14종(무가 일간지 4종 포함), 주간지 12종, 월간지 8종만 실시하고 있어 더욱 다양한 매체로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국민건강증진법상 주류광고에 대한 기준은 광고매체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TV와 라디오에서의 광고시간 규제를 두고 있으나, 이 기준은 인터넷이나 다른 SP매체에도 적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주류광고 제한 기준 중 경고문구의 표기의무를 주류용기로 제한하고 있어 방송, 신문, 잡지류에 주류광고가 전면광고로 실려도 경고문구는 그야말로 숨은그림찾기보다 더 찾기 어렵고, 심지어는 경고문구를 생략해도 법적인 제재조치를 취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주류 판촉을 위한 경품 및 금품제공 금지에도 불구하고 각종 스포츠행사 후원 및 대학교 축제에서의 술 무료 제공, 길거리 판촉행사 시 술 무료제공 행위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안이 없는 실정이다. 주류광고 노래방송에 관한 기준도 방송의 기준을 TV와 라디오가 아닌 모든 매체로 적용해야 하며, 동요 등을 이용하는 행위는 청소년 및 아동에 대한 영향력이 크므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할 문제이다.

표현의 규제에 대한 기준에서도 기업 이미지 광고를 통해 주류회사가 사회적 공헌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행위의 간접광고를 금지해야 하며, 술 먹고 저지른 일쯤은 모두 실수로 용납되는 일로 표현되는 광고(보해의 복분자 광고)도 금지해야 한다.

인터넷 확산 속도와 보급률이 세계 1위라는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주류광고를 제한하는 기준과 규제 및 처벌방법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티끌이 쌓이면 태산이 된다고하는 데, 미약하지만 지속적이고 심도있는 주류광고 모니터링을 통해 한층 강화된 새로운 주류광고 기준을 만들수 있도록 그 기틀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방형애 | 대한보건협회 사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