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음주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생물학적 혹은 유전적 요인, 성격 요인, 심리적 요인, 사회문화적 요인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중 사회문화적 요인은 그 범위에 있어 매우 포괄적이며 현재 우리 사회의 청소년 음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음주의 사회문화적 요인으로는 가족, 또래, 학교, 대중매체, 지역사회환경, 음주문화 요인 등을 들 수 있다.

청소년 사회화의 가장 큰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가족

부모의 음주행태, 음주에 대한 부모의 태도,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청소년의 음주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가족요인이다. 부모의 음주행동을 보며 자란 자녀들은 모방학습을 통해 술을 마시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부모의 음주는 술에 대한 수용적 신호로 비춰질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간의 정서적 유대와 의사소통은 음주 뿐 아니라 여타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즉,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가 약하고 대화가 없는 경우 청소년이 술을 마시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청소년기는 또래집단의 영향이 가장 큰 시기

또래집단의 행동이나 태도가 청소년 음주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때로는 가족요인보다 더욱 강한 예측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부모와 일반 성인들은 음주를 비롯한 약물을 금하는 반면 또래집단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음주 등의 약물사용을 장려할 수 있으며, 이런 행동을 함께 함으로써 동조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음주여부 뿐 아니라, 또래의 음주는 음주 시작 연령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즉, 술 마시는 친구나 가족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술을 더욱 빨리 시작하게 된다. 친구들의 음주행동이 청소년 개인의 음주행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래의 음주행태는 가족관계, 학업성적의 부진, 교우관계 등과 연관될 때 음주행동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

청소년의 음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학교요인

일반적으로 음주로 인해 얻어지는 긍정적 면이 부정적인 면(처벌)보다 강할 때, 음주행동으로 연결되기 쉽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교가 음주에 대해 어떤 강화나 처벌을 하는가는 청소년의 음주행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교의 소풍, 수학여행, 수련회 등의 행사에서 학생들의 음주가 묵인되는 경우가 많으며, 특정일을 기념하는 명목(시험 후, 백일주 등) 하에 이루어지는 음주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대중매체와 함께 성장하는 현대의 청소년들

대중매체는 청소년들에게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사회의 규범이나 가치관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아동기부터 꾸준히 접하게 되는 대중매체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모방심리가 강한 청소년의 행동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음주장면을 시청하면서 이를 모방할 뿐 아니라 음주로 인한 효과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

예를들어, 음주를 통해 분노, 좌절,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이후에 자신의 감정이나 문제해결을 위해 술을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TV시청이 일상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음주장면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다.

2005년 한국대학생알코올예방협회와 청소년위원회에서 실시한 대중매체 모니터링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이 즐겨보는 드라마의 70% 이상이 음주장면을 방영하고, 어려운 고민해결을 음주로 대처하며, 음주로 인해 로맨스가 이루어진다는 내용을 통해 폭음과 과음을 미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연구는 술 광고가 청소년 음주량에 영향을 주며, 음주장면과 술 광고에 많이 노출된 청소년일수록 음주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고, 음주로 인한 문제를 호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술 광고를 금지한 17개 OECD 국가를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이 나라들의 술 소비량은 다른 나라의 절반에 불과하며, 간경화나 차량사고로 인한 사망률도 50%나 낮았다. 이만큼 대중매체가 음주행동에 주는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알코올 정책과 지역사회환경은 청소년 음주와 밀접

청소년 또는 미성년자의 음주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정책은 청소년들의 알코올 관련 사고를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청소년 또는 미성년자의 음주를 제한하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연령제한인데, 현재 67개국 이상에서 음주허용연령에 관한 법령이 시행되고 있으며 미국 21세, 일본이 20세 등 각기 다른 연령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 개정된 「청소년 보호법」에 의하면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이처럼 청소년의 음주를 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주들의 무분별한 영업행위는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술 구입의 용이성은 청소년의 음주행동을 증가시키는 중대한 사회환경 요인이다. 하지만 최근 실시한 청소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술을 구매한 청소년의 60% 이상이 술을 사는데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보고했고, 판매거부를 당했다는 응답은 15.7%에 머물렀다.

또한 술을 마신 청소년의 75%가 가게나 카페에서 마셨다는 답을 했다고 보고한 연구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음식을 먹는 곳이라면 거의 모든 곳에서 술을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술이 지역사회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즉, 청소년들이 술을 구하거나 접하기란 너무나 쉬워, 이는 청소년의 음주행동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술에 대한 사회적 관대함

우리 사회는 거의 모든 행사와 모임에 술이 빠짐없이 등장하며, 제사의식 등을 통해 어릴 때부터 술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최근 조금씩 변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직장 내 음주는 직장 생활의 일부라고 간주할 만큼 술에 대해서 관대하다.

음주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음이나 폭음에 대해서조차 상대적으로 관대한 문화는 청소년에게 음주에 대한 허용적 태도를 답습시킬 것이며, 이러한 태도는 결과적으로 본인의 음주행동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음주의 사회문화적 요인에 대한 이해는 청소년 음주문제에 대한 개입이 보다 거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말해준다.

즉, 청소년 음주문제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음주문제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 개인 뿐 아니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개입, 또래와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총체적인 개입 및 예방 프로그램, 음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겨냥하는 캠페인과 프로그램 등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해 준다.

더 나아가, 대중매체의 음주장면 제한을 종용하는 정책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술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의 필요성도 제시해 주고 있다.

정슬기 |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