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건소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음주실태 결과는 그릇된 음주문화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직장인들은 술을 마시는 이유 1순위로 직장 회식(79.8%)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사회 모임(76.5%), 집안 모임·행사(53.6%), 개인·가정 스트레스`(30.9%), 직장 스트레스(25.1%) 등이다. 실제로 「한 달에 한 번 이상」회식이 열리는 직장이 81.2%였고, 이 경우 술을 마시지 않는 회식 자리는 전체의 10.0%에 불과했다.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지나친 음주의 후유증이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음주로 인해 지각한 직장인이 21.5%에 달했고 결근(10.8%)이나 조퇴(3.1%)도 적지 않았다. 「이튿날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응답이 57.6%였고, 「동료와 다투거나 싸운 경험」도 27.3%나 됐다. 이 밖에도 술 때문에 「부부 사이의 갈등」(31.6%)을 겪고 「경제적 곤란」(9.2%), 「폭행」(1.0%), 「교통사고」(0.7%) 등 온갖 안 좋은 경험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와 범국민절주운동본부는 사업장 내의 음주문화를 개선하고 절주문화를 정착시키고자 서울시내 소재 사업장에서 건강도시 만들기 - 절주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절주문화 정착시켜 직원들의 업무효율과 건강 챙기기

1958년 한국스레트공업(주)로 발족해 고품질 브랜드 마케팅으로 건축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벽산건설에서 근로자들의 절주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벽산건설 노동조합에서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한 캠페인으로 「행복한 가정과 건강을 위한 프로젝트 - 술」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서울시에서 사업장 절주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정보를 듣고 참여하게 되었다.

건전한 절주문화를 정착시켜서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나아가 가정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절주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되었다는 담당자 임미규씨(벽산건설 노동조합 재정복지차장).

『회식자리에서 술을 너무 과하게 마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건설회사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술이 몸에 안 좋다는 사실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시작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벽산건설의 사내 절주프로그램은 사업장 진단부터 시작되었다. 본사와 현장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음주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직원들에게 음주의 폐혜와 상식, 절주의 필요성을 알리는 글을 메일로 발송하기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 한 주의 절주 의지를 다지고자 직원들에게 SMS문자를 발송했고 직원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에 절주 홍보물(패널, 현수막, 포스터) 등을 게시해서 관심을 유도하고 절주를 알리는 일에 주력했다. 또한, 직원들에게 절주 동영상을 배포하고, 절주표어를 공모·시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었다.  

절주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 『음주에 대한 설문조사를 할 때에는 설문지가 회수도 잘 안되고, 직원들의 관심도 적었습니다. 절주캠페인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진행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매주 월요일 발송되었던 SMS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점차 절주캠페인이 사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으로 포스터와 절주 동영상 CD를 배포하여 협조를 구하고, 각종 교육 때 동영상을 상영하여 과음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직원들 간에 절주하자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절주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게 되었다. 『팀장급에서 먼저 절주를 언급하여 직원들에게 절주분위기를 유도했습니다. 소주를 마시던 것을 맥주로 마시고, 2차를 안가고, 술 자리 대신 다른 방식으로 회식을 할 수 있도록 서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이런 관심은 절주표어 공모에도 나타났는데, 총 80여 편의 절주표어가 접수되었고 3편을 선별해 시상을 했습니다. 1등은 「부딪치는 술 잔 속에 깨어지는 인생살이」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과음을 예방하고 절주를 알리는 포스터를 붙이고 절주교육을 진행하겠다는 담당자는 절주는 잠깐 동안의 캠페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할 부분임을 강조한다.

『회사 특성상 본사와 현장으로 나뉘어져 있다보니 60개의 현장을 본사만큼 신경쓰지 못했던 점이 아쉽습니다. 절주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음주의 심각성과 절주의 필요성을 알린다면 분명 캠페인의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김정연 | 『건강생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