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6월까지 실시되었던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영양조사부문 결과가 얼마 전 발표되었다. 그 내용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1인 1일 평균 에너지 섭취량이 2001년에 비해 40kcal나 증가되었다니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비만과 관련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이 양은 어른의 경우에 1년 뒤에는 2kg의 체중증가로 이어진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40kcal 증가분의 반 정도가 늘어난 술 섭취량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표에서 보듯이 쌀 섭취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반면, 맥주와 소주 섭취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건강과 웰빙이 모든 사람의 화두에 오른 줄로 알고 있었는데, 아마 말과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인가 보다.

우리 국민이 마신 모든 술 종류로부터 각각의 알코올 도수에 근거해 산출한 총 알코올(100% 에탄올) 섭취량은 1세 이상 남녀노소 모두의 평균치가 2001년의 5.4g에서 2005년에는 8.14g으로 51%나 증가되었다. 이 양은 소주 1잔에 해당되는 양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1살배기 아기부터 100세가 넘는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매일, 소주 한 잔씩 마셨다」는 얘기이다.

여성의 음주와 흡연은 불임과 유산 등의 중요한 위험요인

우리 국민이 많이 섭취하는 식품(다소비 식품)을 섭취량에 따라 줄을 세워보면, 어린 아이들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쌀이 1등이지만, 2위 식품은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김치로 나타난다. 그러나 20대 성인의 경우에만은 자랑스럽게도 맥주가 2위를 차지했으며, 남녀를 따로 보면 놀랍게도 여자의 경우에 맥주가 2위를 차지했고, 남자의 경우엔 3위였다.

물론 절대적인 섭취량은 남자에서 더 크지만 2001년에는 20대 여자의 다소비 식품 중 맥주가 차지했던 위치는 8위였고 1인 1일 평균 섭취량도 37.8g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87.0g에 달했다. 평소 음주자 비율도 유사한 질문 유형에 근거할 때 1992년에 비해 여성에서만 85%나 증가(22.2%⇒41.1%) 되었으니, 그렇지 않아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의 측면에서 본다면 가임기 여성의 음주율 증가는 실로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여성의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불임과 유산, 기형아 및 저체중아 출산 등의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30~64세 남자들의 주요 에너지 공급식품은

쌀, 소주, 삼겹살, 라면

남자 또한 이에 못지않게 음주문제를 키우고 있다. 20세 이상 65세까지의 남자 성인들의 5대 다소비 식품 중에는 모두 맥주와 소주가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30세 이상 모든 연령층의 남자에서 2번째로 중요한 에너지 공급 식품이 소주라니, 가히 우리 국민의 「술 사랑」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 가정의 가장인 30~64세 남자들의 5대 주요 에너지 공급식품은 쌀, 소주, 삼겹살, 라면, 그리고 삼겹살 이외 부위의 돼지고기이다. 참으로 기막힌 우리네 가장들의 생활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아침에 출근해 점심에해 쌀밥과 제육볶음을 먹고, 저녁엔 회식이라는 미명 하에 소주와 삼겹살로 버티고… 그 다음날 아침엔 속이 몹시 쓰려 시원한 콩나물/북어 해장국이라고 먹고 싶지만, 그도 여의치 않아 라면 국물로 해장한다」

이와 같은 술 사랑은 우리나라 40대 남자의 사망률과 간질환 유병율을 거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 놓았다. 우리 국민 제1의 사망원인은 암이다. 알코올은 그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모든 암에 대해 확실한 촉진인자인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병든 위장과 간에 술을 들이부으니 그 끝이 어떠할 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적절한 선에서 멈출 줄 아는 음주가 바로 잘 마시는 것

예로부터 술은 잘 마시면 약이 된다고도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잘 마시면」이라는 전제 조건이다. 적절한 선에서 멈출 줄 아는 음주가 바로 잘 마시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인종 간의 차별없이 성인의 경우 하루에 2잔(맥주 2캔, 또는 소주로 3잔) 정도를 적절한 음주량으로 본다. 여자는 남자보다 작은 체격과 많은 체지방 및 낮은 위장 내 알코올 분해 능력으로 인해 하루 1잔이 적절한 음주량이다. 애주가들이 들으면 어이없어 할 만큼 적은 양이지만, 이 정도가 바로 건강에 위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는 양이다.

김초일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영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