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건강을 훼손하는 가장 큰 질병은 두 가지이다. 충치와 잇몸병이다. 젖니가 빠지고 새로이 난 영구치가 질병으로 빠졌을 경우 열개 중 예닐곱 개는 충치때문에 빠지고 있으며, 나머지는 잇몸병 때문에 빠지고 있다. 따라서 충치예방은 구강건강 증진에 가장 우선적인 일이다.

이제 충치가 전혀 없는 아동은 거의 없을 정도로 드물게 되었다. 1972년에는 만 12세 중학교 1학년 중에서 충치를 경험한 학생은 40% 정도에 불과하였다. 충치 경험 치아도 평균 0.6개에 불과하였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 후반 고도 경제성장시기를 거치면서 설탕이 듬뿍 든 과자 섭취가 보편화되면서 충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만 12세에서 1980년에는 2.2개로 늘었고, 2003년조사에서는 3.3개로 여전히 높은 상태에 있다.

그러나 구강건강 선진국에서는 적극적인 공중구강보건사업을 통해 충치가 감소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에 의하면, 근래 주요 OECD국가들의 12세에서 충치를 경험한 치아는 대부분 2개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2001년 세계 평균은 1.74개로 추산되고 있다.

건강보험료를 많이 지출하는 3대 질환은 충치, 고혈압, 감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고한 바에 의하면, 2004년 우리나라 국민이 건강보험으로 급여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질병으로는 1위가「치수 및 치근단주위조직의 질환」이었고, 2위가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3위가 급성기관지염, 4위가 충치이었다. 「치수 및 치근단질환」은 충치가 심해져서 잇속까지 곪은 것이다. 3위의 급성기관지염은 감기가 심해져서 발생한 수가 많다. 즉, 건강보험료를 많이 지출하게 하는 3대 질환은 충치, 고혈압 및 감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보험료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병이 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첫째이다.

그런데, 건강보험으로 진료비를 많이 지출하게 하는 3대 질환 중 무엇이 예방 가능할까? 고혈압과 감기가 노력한다고 해서 국가 전체적으로 유병률이 떨어질 수 있겠는가? 실질적으로 유병률이 떨어질 수 있을 정도로 예방 가능한 것은 충치뿐이다.

수돗물 불소농도조정, 전국 30여 개 정수장서 실시

충치예방의 기초적인 방법은 이를 닦아 치아에 붙어 있는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 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동들의 치아에 발생된 충치는 음식을 씹어 먹는 면에 발생된 것이 대다수이다. 이 부위는 잇솔모가 잘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좁고도 깊게 주름이 져 있다. 그리하여 이를 닦아도 치아에 붙어있는 세균들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이닦기만로서는 완벽하게 충치를 예방할 수가 없다. 근래에는 충치예방의 효과적인 수단으로는 불소와 치아홈메우기의 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충치예방을 위한 불소활용법 중에서는 불소가 부족한 수돗물에 충치예방에 적당할 정도로 불소를 첨가하는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수단이다. 누구나 불소가 첨가된 수돗물로 조리한 음식물을 먹기만 해도 충치가 예방되는 사업으로서, 1945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1년 경남 진해시에 처음 실시된 후, 이제는 전국에서 30여개 정수장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수혜 인구는 380만 명 정도로서 총인구의 8% 정도에 이르고 있다. 1998년부터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해 온 경남 진주시에 대해 2004년 평가한 결과, 만 12세 아동에서 충치 예방효과는 대조군과 비교하여 42%이었고, 시민 1인당 연간 비용은 247원에 불과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수돗물에 허용되는 불소농도의 최대치는 1.5 ppm이지만 불소농도조정에서 목표로 하는 불소농도는 0.8 ppm으로서 우리가 흔히 마시는 녹차의 불소농도와 비슷한 정도이다.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일부 인사들이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의 위해론을 유포하기 시작해 사업 발전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불소는 이미 녹차를 비롯한 음식물로서도 섭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인터넷 등에 떠돌아다니는 위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사실을 과장하기도 하고 사실과 거짓을 섞어 놓기도 하며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들은 소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물질들이 적당히 섭취하면 건강에 유익하지만 지나치면 해롭다는 단순한 사실을 망각하고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일반인에게 강요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조수헌 교수팀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교수팀은 적정농도로 불소가 수돗물에 첨가될 경우, 건강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보고하였으며, 아주대 의대 장재연교수(환경운동연합 환경연구소장)께서도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의 유해론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임을 역설한 바가 있다. 환경운동연합에서도 2002년 5월 내부 토론회를 연 결과,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것은, 수돗물 불소화가 충치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유해하다는 것이 입증된 바가 없음을 확인한다.」고 결론지었다.  

전 세계에서 50개국이상에서 2억이 넘는 인구가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의 혜택을 보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도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활발히 시행되어 충치을 감소하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불사업을 잘 발전시켜 미래에는 치아가 빠져서 의치를 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진범 /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