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는 삶의 리듬을 조정하는 하루 동안의 생체주기가 있다. 이 생체주기는 빛의 량에 따라 인체의 신진대사를 오전, 오후, 저녁 그리고 밤의 각각에 알맞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기능이다.

낮에는 신체활동을 위한 호르몬과 내분비물질이 나오고, 밤에는 휴식에 필요한 여러가지 생리물질들이 분비된다. 생체주기는 체온 조절을 비롯한 삶의 리듬을 관장할 뿐 아니라 음식과 다른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그리고 배출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의 흡수와 대사 역시 이 생체주기리듬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예를들면 정오에 술을 마실 때 알코올의 작용이 가장 강하다. 또한, 이른 아침에 술을 마시면 체온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저녁에 마시는 술은 수면을 잘 유도 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술을 마시는 시간에 따라 동일한 량의 술을 마셔도 신체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수준의 알코올의존에 처한 사람들은 이 생체주기 리듬과 상관없이 알코올에 반응한다.

휴가 중 음주, 생체리듬을 무시한 음주행태가 많다

휴가 중 혹은 레저를 하는 동안 술을 마시는 것이 평상시 음주를 하는 것 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생체주기의 리듬을 무시한 음주행태가 많다는 점 때문이다.

낮에 마시는 술은 분해와 대사 속도가 늦으며, 잘 배출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평상시의 주량으로 마셨다 하더라도 낮술은 훨씬 더 잘 취하며, 잘 깨질 않는다. 뿐만 아니라 낮술은 체온을 상승시키는 효과 때문에 더 시원한 환경을 찾게 되는데, 결국 물 속에 뛰어 드는 무모한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된다. 사실은 체온이 상승된 것이 아니라 체온이 낮아진다. 단지 모세혈관의 확장으로 더운 느낌을 느낄 뿐이다. 음주 후 물속에 있는 것은 저 체온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음주가 휴가철 사망사고의 직접원인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익사사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매년 익사사망자는 약 1,500명 정도 되는데, 익사사고의 절반 정도가 휴가철에 발생되며 휴가철 익사자의 14%가 술 취한 사람들이다.

휴가기간 중 많은 사고들이 음주로 인해 발생

술을 마시면 대뇌피질에 이어서 소뇌가 침범을 받아서 판단능력과 운동능력(반사능력)이 현저히 낮아지는데 이것이 실족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휴가기간 중 많은 사고들이 음주로 인해 발생된다. 수영은 말할 것도 없고, 자전거나 보트타기, 놀이기구 및 승마 등 모든 레포츠 활동에서 음주로 인한 사고는 매우 많이 발생된다. 음주 후 이런 활동을 하게 되면 평소의 운동능력보다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각종 치명적인 사망사고의 약 60%~83%가 음주로 인한 것이다.

음주는 대담성을 주지만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며, 신체의 움직임을 둔하게 하고, 생리적 기능을 현저히 떨어뜨리며, 위험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게 하여 결국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한다. 때론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간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휴가철에는 평소보다 많은 량의 술을 마신다. 새벽까지 마신 술은 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12시간 이상이 지나야 취기가 사라진다. 다시 말하면 낮의 상당한 시간을 숙취 속에 지낸다고 하겠다. 생체주기를 무시한 생활로 인해 모처럼의 휴가가 오히려 피로를 가져오는 휴가가 될 수 있다.

최근 모 보건소에서 제안한 건전한 휴가철 음주요령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휴가철이라고 해서 특별한 음주요령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지키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원칙이 중요하다.

첫째, 낮술을 마시지 않는다.

둘째, 적정음주량 이상을 마시지 않는다.

셋째, 음주 후 과도한 운동은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음주로 휴가를 보내는 것 보다 건강하고, 건전한 휴가계획을 세워보자. 휴가는 개인의 쉼뿐 아니라 주변의 삶을 함께 아름답게 가꾸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최근 삼성그룹의 설문조사에서 선호하는 여가문화로 레저·스포츠를 가장 첫 순위에 두었으며, 또한 연극·영화관람, 놀이문화 등의 순으로 꼽고 있다. 이제 과거의 음주·가무형 문화 일변도에서 다양한 문화체험을 중심으로 하는 여가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모처럼의 휴가를 가족 혹은 친구와 연인 등과 테마여행이나 문화휴가를 즐기는 것. 이것은 단지 일상을 벗어난 즐거움뿐 아니라, 진정한 삶의 의미를 가슴 진하게 선사해 줄 것이다.  

천성수 | 삼육대 교수·보건관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