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상 |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알코올성 간 질환은 우리나라 만성 간 질환의 약 10%를 차지하는 중요한 질환이다. B형 간염 예방접종으로 B형 간염 바이러스 만성 보유자가 차츰 감소하고 있고,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 바이러스 간염의 중요성이 차츰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술 소비량의 증가, 음주에 대한 관대한 태도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알코올에 의한 간 질환의 비중이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알코올성 간질환이란 무엇인가

알코올성 간 질환은 병리학적으로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및 간경변증 세 형태로 분류된다(그림 1). 임상적으로 이들의 구별이 쉽지 않을 때가 있으며, 한 환자의 조직소견에서도 지방간, 지방간염, 간 섬유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흔해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지방간은 간세포 내 중성지방이 지나치게 침착되는 현상을 말한다. 알코올은 지방조직에서 간으로 지방을 내보내고, 간세포 내에서 지방의 합성을 과다하게 만들고, 간내 지방사용량을 감소시키고, 정상적인 이용을 적게 해 지방간을 유발시킨다. 단기간 음주로 발생한 지방간은 대부분 무증상이고 금주 후 좋아지나, 만성 음주자가 대부분(90% 이상) 갖고 있는 지방간은 일부에서 지방간염이나 간 섬유화의 진행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알코올성 간염은 조직학적으로 간세포의 변성 및 괴사에 따른 염증세포 침윤과 섬유화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전형적인 경우는 발열, 황달, 간종대 및 간부전의 증후가 뚜렷해 쉽게 의심할 수 있으나, 경증의 경우에는 단순 지방간과 구별이 어려울 수 있다. 이미 간경변증이 동반되어 있거나, 회복 후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간경변증은 대개 알코올성 간염의 후유증으로 발생하나, 간염을 거치지 않고 서서히 섬유화가 진행해 간경변증이 올 수도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을 수 있으나 말기에는 복수, 정맥류 출혈, 간성혼수, 황달, 출혈성 경향 등 간부전 및 문맥압 항진의 합병증이 발생, 정상 생활 및 장기 생존이 어려우며 간암의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위험인자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섭취한 알코올의 양이며, 하루에 섭취한 알코올의 양과 음주기간이 중요하다. 남자의 경우 하루 40~80그람, 여자의 경우 20그람 이상 섭취하는 것은 위험하며, 간경변증이 발생하기 까지는 대개 10년 이상의 장기간이 필요하다. 가끔 마시는 사람보다 매일 마시는 사람이 더 위험할 것은 자명하며, 여성은 남성보다 더 적은 양 및 짧은 기간의 알코올 섭취로도 간 손상이 올 수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알코올성 간 질환의 진행에 관계하는 또 다른 중요인자는 유전적 소인이다.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양에 개인차가 있으며, 간손상의 주범인 알데히드분해효소가 부족해 음주 후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어지러워 견디기 어려운 사람들도 가끔 본다. 실제로 상습적인 알코올 섭취자 중 10~15%만 간경변증이 발생한다는 보고는 유전적 소인의 중요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체질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알코올에 의한 간 질환의 가족력을 갖고 있는 경우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에 간염을 앓고 후유증을 갖고 있거나, 현재 만성 바이러스 간염의 상태에 있다면, 더 적은 양의 알코올 섭취로 간 손상이 진행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진단 및 치료

알코올성 간 질환의 진단에는 ①알코올을 섭취한 병력 ②간 질환 및 알코올 남용의 이학적 및 검사 소견 ③간 손상의 다른 원인 배제 ④전형적인 간 생검  소견 등이 필요하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예후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술을 끊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미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라도 금주만 할 수 있다면 5년 생존율을 거의 2배까지(34.1% → 60.1%)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충분한 영양공급(하루 30kcal/kg이상 고칼로리, 1.0~1.2g/kg 이상의 고단백식이)이 추천되며 비타민 및 미네랄의 공급도 필요하다. 심한 알코올성 간염환자에서 여러 약물요법이 시도되었으나, 그 효과가 인정된 것은 부신피질 홀몬제 뿐이며, 최근 pentoxifylline과 같은 새로운 약제들이 알코올성 간염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예방

술에 의한 간 손상을 예방하는 방법은 지나친 음주를 피하는 것 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음주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술을 권하는 음주문화의 개선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이 쉽게 발생하는 고위험군이 아닌지 확인하고 적절한 양의 알코올만 섭취하는 자제력을 갖는 것이 스스로 간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