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 삼육대학교 교수·약학과

아직도 우리 사회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능력있는 사람 또는 인생의 멋을 알고 인간성이 좋은 사람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별히 남성들은 주량이 큰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때로는 무리할 정도로 마시기도 한다.

그런데 술을 즐기는 사람들조차도 종종 숙취 예방법, 음주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법 또는 숙취 해소를 위한 음식이나 약에 관심이 높을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기 전 또는 마시고 난 후 약을 복용하기도 하고 해장국, 북어국, 콩나물국 등을 열거하며 자기만의 숙취 해소 비법을 장황하게 늘어놓곤 한다.

그런가 하면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들의 권유에 의해 술을 마시다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이들 모두가 결국은 술 즉, 에탄올의 대사과정과 연관된 사항들이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이 더 많은 양의 알코올 흡수

술을 마시면 에탄올은 위나 장에서 약간의 장애를 받기도 하지만 위와 소장을 통해 신속하게, 거의 완전히 흡수되어 간문맥을 거쳐 간으로 이행된다. 간에서 일정량의 에탄올이 대사되지만, 대사되지 않은 에탄올은 뇌, 신장, 심장 등 전신으로 퍼져서 특유의 작용을 나타내든지 폐호흡이나 콩팥배설 과정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 때 위·장관 내피세포에 알코올탈수소효소계가 존재하는데, 일차적으로 이 효소계에 의해 알코올의 대사가 일어나 알코올의 일부는 사라지고 대사되지 않은 알코올은 신속하게 흡수된다.

이 효소의 활성이 여성에 비해 남성들이 배정도 강하기 때문에 똑같은 양의 술을 마셨더라도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을 흡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체내 수분의 양이 남성에 비해 여성이 적기 때문에 동일 양의 에탄올을 섭취한 경우 알코올의 혈중 농도는 여성에서 더 높을 수 밖에 없으므로 그 독성도 더 강하게 나타난다. 또한, 이 효소는 아스피린과 위산분비 억제제에 의해 그 활성이 억제되기 때문에 이들 약물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 알코올의 혈중 농도가 증가한다.

섭취한 알코올의 90%는 간에서 대사

위·장관을 통해 흡수된 물질들이 간문맥으로 이행하는 생리·해부학적인 특성상 흡수된 에탄올의 대부분은 간문맥을 거쳐 간으로 들어가서 간세포들과 접하게 된다. 섭취된 에탄올의 90%이상, 때로는 약 98%가 간에서 대사된다. 아직 일부의 과정들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간으로 이행된 에탄올은 1차적으로 적어도 2개의 효소계에 의해 간에서 대사된다(그림1).

그 중 가장 중요한 효소가 아연 의존성 알코올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이다. 에탄올은 알코올탈수소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가 된다. 이 효소반응을 통해 알코올에서 유리된 수소이온은 보효소인 NAD+로 이송되어 NADH가 형성되며, 이때 간 세포 내에 NADH가 너무 많아지면 많은 문제들이 야기된다.

일반적으로 이 효소에 의해 일어나는 효소반응은 시간과 농도에 비의존적으로 진행되며, 대사속도는 간 무게에 비례한다. 일반적으로 정상 성인이 이 효소로 대사시킬 수 있는 에탄올 양은 시간당 7~12g으로써 맥주 두 잔 정도에 해당한다. 알코올탈수소효소에 의해 형성된 아세트알데히드는 아세트알데히드탈수소효소(acetaldehyde dehydrogenase)에 의해 아세테이트(acetate)로 신속하게 대사된다(그림1).

알코올 대사에는 유전적 차이

아세트알데히드탈수소효소는 (그림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형질에 따라 두 종류의 유전형이 세 가지 형태의 표현형으로 발현된다. 양부모로부터 활성형을 받으면 알코올에 대해 가벼운 반응을 나타내나, 한쪽 부모로부터 활성형을 다른 쪽으로부터 비활성형을 받으면 중간 정도의 반응을(40%), 양쪽 부모로부터 비활성형을 받으면 강력한 홍조, 오심, 구토, 빈맥, 두통, 발한, 어지러움, 혼란 등의 심한 반응을 나타내게 되는데, 아시아인(특히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들의 약 10%가 이에 해당된다.

에탄올 섭취가 증가하여 혈 중 100mg/dl이상이 되면 알코올탈수소효소 외에 다른 효소계가 대사반응에 참가하나 주요 경로는 아니다. 이 때 관여하는 효소계가 마이크로좀에탄올산화계(MEOS, cytochrome P450 IIEI)이다. MEOS는 보효소로써 NADP+를 사용하여 NADPH를 생성한다. 만성적으로 일정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면 MEOS의 활성이 증가하여 알코올 대사율을 증가시킨다. 이 MEOS는 알코올뿐만 아니라 다른 약물도 대사시키는 효소계이며, 이 효소계는 바비츄레이트(Barbiturates, 수면제) 등에 의해서도 활성이 증가(대사효소 유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알코올을 장기적으로 섭취하는 사람이나, 수면제를 오래 복용해 온 사람은 알코올 대사율이 높아져서 알코올의 생리작용이 약화될 수 있다. 지속적으로 과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면 간 손상을 유도해 알코올과 약물의 대사 효율이 감소한다.

아세테이트는 CoA와 결합하여 여러 반응을 거쳐 이산화탄소와 물로 대사된다. 아세트알데히드탈수소효소는 미토콘드리아에 분포하며, 간 조직 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100~350μM/L가 될 때까지는 NAD+를 보효소로 이용하여 대사된다. 이 효소는 Disulfiram(일반적으로 술 끊는 약으로 알려져 있음)이라는 약물에 의해 억제된다.

즉, Disulfiram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탈수소효소가 억제되면 체내에 대사되지 못한 아세트알데히드가 쌓이고 혈관확장, 홍조, 불쾌감, 심계항진, 구역질, 구토, 어지러움 및 두통 등의 독성이 나타난다.

알코올 독성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단주, 절주하는 것

유전적으로 이 효소의 활성이 낮은 사람도 술을 마시면 이와 동일한 증상을 보인다(그림2). 이 효소의 결핍은 특별히 동아시아인들에게서 많다. 우리는 간혹 주사가 심하거나 알코올중독인 아버지를 위해 국에 술 끊는 약을 넣었다는 얘기를 듣는데, 그 약이 바로 Disulfiram이다. 자신이 Disulfiram을 복용한 사실도 모르는 아버지는 습관대로 음주를 하게 되고, 2차 대사 억제에 의한 아세트알데히드의 축적으로 이전에 경험하지 않았던 심각한 음주 후유증이 나타나고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음주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되고, 금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Disulfiram의 약효가 소실되면 그 증상도 사라지므로 약물을 통해 금주를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간에서는 NAD+/NADH 비율의 불균형을 유도하여 세포독성을 유발하고, 만성적 알코올 섭취는 MEOS 유도 등을 통해 문제를 야기시키고 또한 비타민이나 아미노산 등의 영양 결핍(티아민 결핍 등)을 유도하여 간 손상을 유도하고, 지질 축적이나 간 세포내 특정 단백 축적에 의한 간 손상을 일으킨다.

결국 알코올의 대사 능력이 술에 대한 저항 강도를 예표하며, 숙취 예방 또는 해소 방안 역시 알코올 대사력을 항진하거나 알코올의 간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시키는 방안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한 것은 지금까지 소개된 그 어떤 방법들도 획기적으로 알코올의 대사를 항진시키거나 간에 대한 알코올의 독작용을 막지 못한다. 우리의 몸을 알코올의 독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주 또는 절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