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 충남의대 교수·가정의학과

회사원인 50대 초반의 김씨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으로 5년째 개인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평소 술자리가 자주 있고 술도 잘 마시는 편이다.

요즈음 들어 혈당과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것 같고 주치의도 김씨에게 술과 관련한 생활의 절제를 권고하여 김씨는 고민하고 있다. 김씨와 같은 경우에 어떻게 음주를 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까?

미국의 식품 섭취 가이드라인은 맥주 12온스(340cc), 포도주 5온스(142cc), 양주 1.5온스(43cc)를 「표준 1잔」으로 규정하며 각각 약 12g의 알코올을 함유한 것으로 본다. 이 양은 맥주의 경우는 캔 맥주 1캔 또는 작은 병맥주 1병이며, 소주잔으로 25도짜리 소주 1잔, 양주잔으로 양주 1잔, 와인 잔으로 포도주 1잔에 해당한다.

심부전증은 평생 알코올 섭취량이 많을수록 더 심각

고혈압 환자의 경우 하루 1~2잔의 음주는 혈압 관리에 영향을 주지 않으나 하루에 30g(소주 2잔) 이상 마시면 혈압이 상승하고, 약물치료를 해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

남성의 경우 일주일에 72g(소주 1병)까지의 음주는 고혈압의 합병증으로 올 수 있는 허혈성 심장질환을 예방해줄 뿐 아니라 심근경색증이 있는 환자라도 사망률이 감소한다. 그러나 일주일에 90g(소주 한 병반) 이상을 음주하면 오히려 허혈성 심질환의 발생이 증가한다.

하루 2~3잔의 적절한 음주는 뇌경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 이상의 음주는 뇌경색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부정맥이나 뇌출혈에 대해서는 음주의 이득은 없고 해롭기만 하다.

또한, 알코올은 심부전증을 유발하는데 이러한 심부전증은 평생 알코올 섭취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심하며, 말기까지 진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단주하면 회복된다.

알코올은 당뇨병 자체를 악화시킬 수 있고, 당뇨병의 합병증을 촉진

고지혈증에 대해서 술은 우리 몸에 이로운 고밀도 지질단백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반면, 동맥경화를 유발시킨다고 알려진 저밀도 지질단백 콜레스테롤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 3잔 이상의 술은 중성지방을 증가시켜 부작용을 만든다. 적절한 음주가 심장병, 뇌졸중을 예방해 주는 이유는 건강에 유익한 고밀도 지질단백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주고 혈액 응고를 억제시켜 혈전생성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에서 알코올은 당뇨병 자체를 악화시킬 수 있고, 당뇨병의 합병증을 촉진시킨다. 또한 경구혈당강하제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의 음주는 대사에 영향을 미쳐 저혈당이나 젖산혈증을 유발해 위독하게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 과음에 의해 유발된 심한 저혈당 상태를 술에 취한 상태로 오인해서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의 적절음주량은 병세가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데, 최대 허용량은 하루에 2잔까지이다. 정상인의 경우 주당 5잔에서 10잔 사이의 적절한 음주는 오히려 당뇨병의 발생을 예방해 주는 좋은 효과가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의 경우에는  

금주가 필수

일주일에 1~6잔 정도 음주를 하는 사람들은 전혀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주당 14잔(약 소주 2병) 이상을 음주하는 경우는 알코올성 치매를 더 많이 유발한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 환자들의 대부분은 같은 성별의 나이가 비슷한 대조군에 비하여 활동적인 뇌의 부피가 훨씬 줄어 있다는 보고가 많다.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는 금주가 필수적이다. 간의 질환이 있는 경우 섭취된 알코올이 간세포의 손상을 유발해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건강한 70kg의 남자가 매일 210g(소주 2병 반 이상)이상을 마시게 되면 50%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위험을 갖는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일생 동안의 음주량과 비례하며 이것은 술의 종류나 폭음 여부와는 큰 관계가 없다.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 역류성 식도염 환자에서 음주는 이득이 없다. 소화기 계통의 약물이나 다른 치료 약물을 투약 중인 환자가 음주할 경우 혈 중 알코올 농도가 상승하며 약물의 대사과정에도 영향을 끼쳐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과음은 성기능을 감퇴시키고 생리주기의 이상을 초래

성 호르몬과 관련해 음주는 황체 호르몬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생리주기의 이상을 초래하고 무배란 월경 등으로 인해 불임을 유발한다.

남성의 경우에는 과음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농도를 떨어뜨려 성기능이나 성욕을 감퇴시키고, 고환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또는 기능이 쇠퇴하여 정자의 생산이 줄어들고 불임증을 유발한다. 또한, 남성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턱수염이 없어지고 유방이 커지는 「여성화 현상」의 원인이 된다.

적절한 음주는 폐경 후 여성들의 에스트로겐을 증가시켜주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좋은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하루 3잔 이상 과음을 할 경우 비타민 D의 대사 장애로 칼슘의 흡수를 저하시키고 칼슘-조절 호르몬들을 변화시켜 골 형성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악화시킨다.

임신 중의 음주는 태아의 안면 기형, 성장과 발달지연, 정신지체를 특성으로 하는 태아알코올증후군을 유발한다.

알코올의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와 자유기가 세포와 염색체에 변형을 일으켜 각종 암 발생을 증가시킨다. 주당 21잔(소주 3병)이상의 음주는 구강과 식도에서의 암 발생을 증가시키며, 대장암이나 대장용종의 발생을 증가시키고 여성에서 유방암 발생을 증가시킨다.

또한, 음주는 면역기능을 저하시켜 외부의 세균성 또는 바이러스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게 한다.

질환, 환자 상태에 따라 권고하는 음주량이 달라 - 주치의와 상의가 필수

일반적으로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적절음주란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에 2잔 이내, 여성의 경우는 하루에 1잔 이내로 일주일에 3~5회 정도 소량을 마시는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본 회사원 김씨와 같이 질환이 있는 경우는 다르다.

질환에 따라, 환자 상태에 따라 권고하는 음주량이 다르고 질환, 직업, 투약하는 약제에 따라 금주가 필요한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에 질병이 있는 경우는 담당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