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수 | 삼육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의 전통적 음주문화는 매우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여러 문헌을 보면 취해서 주정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정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손순효는 성종 때 정승을 지낸 분으로 청렴하고 학식이 높은 문장가로 유명하였다. 그의 단점은 자주 과음하는 습관이었는데, 하루는 성종이 중국에 보낼 국서를 쓰게 하려고 급히 순효를 불러 보니, 이미 대낮에 고주망태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순효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명문을 작성하여 임금께 바쳐 위기를 모면하였지만, 성종은 그의 음주습관을 경계하기 위해 매우 작은 은잔을 하사하시면서 하루에 석 잔만 마시라고 타일러 보냈다.

이후 어느 날 성종이 순효를 입궐하게 해 보니 아니 그가 이미 취해 있는 게 아닌가? 성종이 기가 찰 노릇이어서 어찌 임금의 명을 어기는 신하가 있냐고 심히 꾸짖으니, 순효가 허리춤에서 임금이 하사한 은잔을 내어 보이며, 어명을 거역할 수는 없고 그 작은 잔에 석 잔이면 마신 것 같지 않아 궁리 끝에 대장장이로 하여금 은잔을 최대한 넓게 펼쳐서 큰 잔으로 만들어 어명대로 하루에 꼭 석 잔씩 술을 마셨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적정음주, 참 오래된 논제이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사람들에겐 터무니없는 용어가 아닐 수 없다. 적정하다면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적당하다는 의미인데, 각 사람의 신체대사능력에 따라 알코올 분해속도가 천양지차이기 때문에 적정 음주량을 정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적정음주, 표준음주, 안전음주 혹은 책임음주 등 매우 다양한 용어들이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전술한 용어의 반대적 의미의 단어는 위험음주, 유해음주, 폭음, 과음, 문제음주 등이다. 따라서 적정음주를 소개하기 전해 위험한 수준의 음주량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겠다.

세계보건기구는 음주빈도와 음주량으로 위험음주와 유해음주를 측정하기 위해서 10문항의 질문지를 개발하였다(AUDIT).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음주의 양과 빈도를 묻는 두 가지 질문, 혹은 여기에 누적량을 측정하는 질문을 추가하여 위험음주를 측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빈도량법에 의한 세계보건기구의 위험음주 기준은 남자의 경우 지난 한 달 동안 알코올 60g(5잔)이상을 하루라도 마신 경우이며, 여자는 40g(3.5잔)이상을 마신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표준 한 잔에는 약 12g(±2g)의 알코올이 들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잔에는 약 10g정도의 알코올이 들어 있어 표준 한 잔의 기준에 포함된다. 물론 일부 맥주잔과 민속주의 잔은 표준 한 잔에 미달되는 경우도 있다.

각 국가에서 측정하고 있는 위험음주량을 보면 미국에서는 한 달 동안 5잔(49g~56g)이상의 음주를,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남자는 60g(5잔)이상, 여자는 40g(3.5잔)이상의 음주를, 영국에서는 64g(6잔)이상의 음주를 위험음주로 규정하고 있다(WHO, 2000).

만성위험만을 고려한 위험음주량의 경우는 그 구분을 좀 더 세분화하고 있는데 남자 5잔(60g)이상, 여자 3.5잔(40g)이상을 위험음주로, 고도위험음주의 경우는 남자는 8잔(101g)이상, 여자는 5잔(60g)이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여러 연구물에서 위험음주를 하는 사람들이 흡연행동, 큰 사고 경험, 자살시도 등에서 매우 높은 위험비를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음주했던 음주정도가 많을수록 암 등을 비롯한 만성질환의 발병위험이 두드러지게 높다. 이는 음주의 정도가 심할수록 질병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적정음주량은 남자 2잔, 여자 1잔이내

우리나라에서의 위험음주량은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하고 있는 5잔(약50~60g)을 위험음주로 정하고 여자의 경우는 체내 알코올 대사율이 남자의 약 80% 수준임을 감안하여 4잔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의 많은 연구물들은 여성이 표준 한 잔과 남자는 두 잔을 초과해서 마실 경우 건강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흔히 J-type모델에서도 남자 2잔 이내, 여자 1잔 이내가 안전한 모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적정음주량은 남자 2잔 이내, 여자 1잔 이내로 규정될 수 있다. 아마 손순효가 오늘날 다시 살아난다면 잔을 넓혀서 마시려하겠지만, 대부분의 술잔은 알코올의 농도에 맞추어 제작되기 때문에 그나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심혈관 질환과 같은 몇 질환을 제외하고 나면, 특히 간경화나 자살 등에 있어서는 J-type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과 사람마다 알코올 분해효소 및 대사능력에 차이가 크므로 사람에 따라 한 모금의 술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술은 강제로 혹은 무절제하게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자신의 건강과 타인의 행복을 위해 절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