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옥륜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인류의 역사를 통 털어서 사람들이 가장 즐겼던 기호품은 무엇일까? 맥도날드 햄버거, 코카콜라 또는 모닝커피일까? 아니면 담배? 모두 아니다. 정답은 술이다. 이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고 인류 역사 이래로 이러하였으니, 다른 기호품이 감히(?) 따라 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구상에 20억 명이 술을 마시는데, 이는 흡연인구 13억 명보다 많고 마약 사용자 1억 8,500만 명보다 월등하게 많다.

기호품을 즐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술을 너무도 즐기는 1억 4,000만 명은 알코올 중독자들이다. 즐김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모양이다. 예를들어, 사망환자의 3.2%가 알코올 관련 사망이고, 총 장애보정 생존년수 손실의 4%가 알코올 소비와 관련이 있다. 무려 4억 명 이상의 지구인들이 매년 과음을 하다 사고, 사망 및 상해를 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음주자의 천국이라고 일컫는 이가 있다. 동네 편의점에서 24시간 술을 구입할 수 있는 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 돈만 내면 누구한테나 언제라도 술을 파는 유일한 나라다. 술의 판매와 음주 행위에 이토록 관대한 나라이기에 대학생의 음주율이 92.2%, 음주 사망자가 연간 약 2만 명으로 전체 사망자수의 8.7%나 된다. 이 수치는 전 세계 평균치의 무려 2.7배나 되는 수치이다.

특히, 여성의 음주율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태아기의 알코올 노출 위험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이미 그 치명적 위해가 경고되어 있다.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에 관한 국제 세미나를 준비하는 등 야단법석인데도 우리나라 여성들은 별로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종래 매월 1회씩 첫 월요일을 절주의 날로 지정했던 것을 서울시가 매주 월요일을 절주의 날로 정한 것은 발전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서울시부터 먼저 공무원들의 취미활동을 지원하거나 술을 줄이는 직원에게 인사고과의 가산점을 주는 프로그램부터 도입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우선 실시해야 할 것이 있다. 음주판매부터 철저하게 규제해 나가야 한다. 저녁 6시 이후부터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의 술 판매를 금지하고, 술은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지정된 장소에서만 판매토록 하며, 청소년에게는 판매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일을 수행하자면 술의 폐해에 대한 홍보를 더욱 강화해야 하고, 정부와 기업, 관련 단체, 국민들이 다 함께 범국민 절주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