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 경원대 교수·의료경영학과

술은 6천년 동안 인류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때로는 마법의 약으로, 때로는 신성한 의식의 제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일상적으로 술은 기분전환을 위해서나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는 기분을 맛보기 위해 마시게 된다.

술을 절제해 마실 때에는 심장질환 예방, 혈액순환 개선, 기분전환,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분위기 개선 등 이로운 점이 있지만, 너무 많이 마실 경우 여러가지 바람직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과음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우리나라에서 술 때문에 드는 사회적의 비용은 연간 GDP의 약 3%에 달하는 15조원에 이른다. 또한, 술은 범죄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대검찰청 조사에 의하면 범죄자 10명 중 4명은 음주와 관련되어 있다. 약물에 중독된 사람은 법률을 위반하여 체포될 확률이 정상인의 5배 이상이나 된다. 이들은 비행범죄를 할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7배 이상이나 된다.

또한, 술에 취한 사람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 만취한 여 승무원이 택시 기사에게 살해된 사건도 있었다.

술과 약물 사용으로 인한 문제를 예방하는 것은 범죄를 줄이는데 있어서도 중요하다. 특히 청소년들은 4명 중 3명이, 대학생은 10명 중에서 9명이 술을 마시고 있다. 심각한 것은 여성 중에서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증가해 여성 10명 중 8명이 술을 마시고 있으며, 국민 10명 중 2명이 폭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문제가 되는 술을 사람들은 왜 마시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술에 중독되거나 의존하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집단과의 일체감을 느끼고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음주

에리히 프롬에 의하면 인류가 에덴 동산에서 추방되어 신과 자연의 세계로부터 분리됨으로써 고독감과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인간은 이러한 분리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서로 모여 「진탕 마시고 떠드는 상태」를 의식으로 치르기도 한다. 때로는 마약을 사용하고, 때로는 술을 사용한다. 이러한 집단적 의식을 통해 잠시 동안 외부세계와 집단과의 하나됨을 경험함으로써 분리감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이것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없애주지는 못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분리감을 극복하기 위해 술에 의존하기도 한다. 술에 취해 분리로 인한 불안감을 잊게 되지만 술에서 깨게 되면 더욱 분리감을 느끼며 더 자주, 더 강렬하게 술에 의존해야만 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도 일체감을 느끼고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목적과 관련되어 있다. 집단 음주 문화는 폭탄주, 파도타기, 벌주, 원샷 등으로 같이 꼭지가 돌때까지 광적으로 취해봄으로써 이런 일탈의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 일체감을 느끼고,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개입되어 있다.

낯선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이 잘 훈련되어 있지 못한 한국인들은 술의 힘을 빌려서 서로 서먹함을 해소하고, 친밀한 경험을 하게 된다. 권하는 술을 거절하는 것은 호의의 거절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술을 거절하기 힘들고, 주량이 세지 못한 사람도 술 자리에는 끝까지 함께 있어주는 것이 의리있는 행동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신입사원들은 술 자리를 피하면 직장의 기성세력인 술 잘 마시는 사람들에게서 소외되기 때문에 불안해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술에는 서로의 일체감을 상징하는 의미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럴드 메이 박사가 수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어떤 것에든 의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의존 행위는 매우 다양하여 술, 담배, 마약 등을 비롯하여 사소한 버릇까지 해당된다.

사람들은 영적인 갈망을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데, 그 갈망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그 빈 곳을 채우기 위해 의존 행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가지에 의존되는 사람은 다른 것에도 쉽게 의존되며 모든 의존이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술, 담배, 마약 등 모든 형태의 의존은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 원인이 같기 때문에 해결법도 같다.

알코올의존도 이 중의 하나인데 하나됨을 제공해주는 영적 갈망이 채워지지 못할 때 술에 의존하게 된다고 한다. 권력을 추구하는 행위도 일종의 의존이라고 한다.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 중에 폭탄주, 권주 등 집단적인 과음의식이 발달해있는데, 이는 분리감을 해소하고 영적 갈망을 채우려는 몸부림이라고 생각된다.

사회적으로 술에 관대한 문화가 과음을 부추겨

우리 사회의 술에 대한 관대한 문화도 술을 마시는 것과 술 마시고 실수하는 것을 허용해 주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취중에 한 실수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것으로 돌려 용납해 왔었다. 그래서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해 실수해도 너그럽게 용서되기 때문에 술에 만취하는 것을 조심할 필요가 없었다.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술을 잘 마시는 직장 상사들 중에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능력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부하들에게도 술을 잘 마시도록 권장했다. 우리 사회에서술을 잘 마시면 대인관계를 부드럽게 해 업무를 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거래처로부터 업무의 협조를 얻기 위하여 술과 향응을 베풀어주던 접대문화도 많은 사람들을 술에 빠지도록 했으며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게 했다.

이 때에는 술에 만취하여 서로 서먹함을 해소하여일체감을 느끼게 하고 즐겁게 하기 위해 폭탄주 등 빨리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고, 때로는 유흥을 위해 성 접대도 하며 매춘과 미성년자와의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등 술을 마시는 일이 사회악을 키우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었다.